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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0409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 1 :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굳이 좋은 우리말 두고 일본말에서 가져온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군시절 를 읽고 처음 떠오른 단어는 '간지'였고.이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체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간지나는 문장들을 남긴 작가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시와 작가들의 일생, 그리고 탱고를 조명하면서 시작하는 다채로운 색체의 이야기들은결국 모두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뒷골목,늦은 저녁, 술에 취한 건달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뒷골목으로 흘러간다.보르헤스는 차갑고, 괴팍하고, 여간해서 웃기기 힘든 완고한 남자 같지만사람들에게 등을 보인채 골목 저편으로 사라져갈때 이 남자는여전히 세상이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아름답다는 사실에, 실은 몰래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2024. 4. 20.
240405 검은색 : 무색의 섬광들 (알랭 바디우) 흥미로운 도입부에 이어, '변증법' 파트에서 감탄스러울 정도로 현란한 사유를 펼치지만안타깝게도 '의복' 파트 이후 후반부는 새롭지 않은 (이제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 뿐.전체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다. 2024. 4. 20.
240405 왕가위 :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존 파워스) 무거운 이야기(김이설), 지나치게 말 많은 이야기(토마스 만),실망스런 장르소설(테드 창)을 연달아 읽다보니 또 쉬어 가는 턴.화보집과 짧은 인터뷰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텍스트가 많다.다만 앞의 절반이 뒤에 실린 인터뷰 전문의 요약, 정리본이기 때문에 내용은 2회 반복.미공개 사진들은 충분히 아름답고 파트는 왕가위 영화와 함께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확실하게 뿌듯함을 느낄 정도로 멋진 문장들이 많다.* * *혼자였던 시절 나는 늘 을 그냥 틀어두고 잠이 들었다.내게는 오랜 시간 새벽에 여는 냉장고 같은 영화였다.하지만 왕가위 역시 내가 열광했던 다른 것들처럼 천천히 잊혀지고 있었다.그러다가, 세상 사람들이 다시 왕가위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추억팔이 같은 게 아니라, 그를 모르던 세대의 관심을 .. 2024. 4. 20.
240402-0404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요 몇 년 사이 최신이랄 수 있는 SF 소설들을 읽으며 받는 느낌이 거의 비슷하다.과학적으로 흥미로우면 소설적 완성도가 아쉽고,과학적으로 빈약하면 역시나 소설적으로도 아쉽다는 것.과거 하드 SF 명작들의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는달까.영화로 본 작품의 원작은 거의 보지 않는데,바쁜 세상에서 굳이 영화도 보고, 소설도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그래도 테드 창은 워낙 유명하고, SF 소설 팬으로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결과적으로는 실망.SF라기보다 순수 판타지에 가까운 기반적 부족함이나, 소설적으로도 분량이 짧음에도 리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투박함에 아쉬움만 남는다. 2024. 4. 20.
240329-0401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토마스 만) 말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당대 최고 스타 프로듀서와, 그 프로듀서가 키워낸 아이돌 간 세기의 스캔들이 있었다.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이 프로듀서와 아이돌이 남긴 불멸의 히트곡은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다.두 사람의 스캔들은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서로 여전히 좋은 친구라고 믿으며마침내 아이돌이 스타 프로듀서가 머물고 있는 도시에 도착한다. 도시가 들끓기 시작한다...소설적으로 흥미진진하지 않은가.작품의 의도로 보자면 이 책은 토마스 만의 소설 형식을 빌린 괴테의 작가연구록이다.물론 부정확한 기록에 의한 오류도 보이고 (로테가 괴테를 딱 한번만 만났다든가 하는)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인가, 토마스 만 특유의 냉소가 오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그리고, 역시나 말이 참 많다. 다들... 로테가 호텔방.. 2024. 4. 20.
240327-0328 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가까운 분의 소설 스승님이라는 인연으로 접하게 된 책.얼마전 국내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설익은 분노, 절망과는 다르다.이 작품집은 장르가 '절망' 그 자체인 듯. 베테랑의 완성도, 무게감이 느껴진다.그래, 그렇긴 한데... 이렇게 어둡기만한 작품은 아무래도 힘들다... 앨범의 날것 같은 생생함과 선명함을 좋아하는데이 '종합판(?)'에 CD로 포함된 트랙들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둔중하고 멀리서 들리는 느낌. 기대한 질감은 아니었다. 2024. 4. 20.
240324-0326 둠 : 컴퓨터 게임의 성공 신화 존 카맥 & 존 로메로 (데이비드 커시너) 굉장히 어렵게 구한 책인 것 같은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스티븐 레비가 지은 전설적인 책 의 자매작처럼 느껴지는해커정신으로 무장한 90년대 게임 제작자들 무용담이다.(실제 이 책에서 가 언급되기도 한다. 카맥과 로메로의 바이블처럼)작가가 재능 이외의 부분이 죄다 쓰레기에 가까운 주인공들을어떻게든 의미있게 그리려 고군분투하는 게 안타깝게 느껴지는 책...인데,그들이 쓰레기가 아니었다면 도 없었을 것이다!세상의 일부는 쓰레기들이 만들어 간다!부끄러운 얘기지만 가 발매되었던 당시 나는 겁이 많아서일정 레벨 이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악마들이 나를 쫓아오는 악몽에 시달리기까지 했다ㅠㅠ하지만 그 시절에 파괴미학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함을 어렴풋하게 느꼈고,고교시절을 B급 호러무비에 빠져 지내게 되는 계기가 된 것도.. 2024. 4. 20.
240321 누구보다 리버풀 전문가가 되고 싶다 (이성모) 지독한 감기와 짧은 여행 때문에 휴식이 길어졌다.* * *누가 봐도 리버풀을 모르는 사람이 읽을 것 같은 제목의 책. 그래, 나는 리버풀을 모르는 남자지.축구 보는 걸 가장 사랑했던 시기는 유로 1996에서잉글랜드 대표팀 뚱보 폴 개스코인의 패스를 받아오른쪽 윙으로 곱슬머리 찰랑거리며 드리블 질주하던스티브 맥마나만의 플레이를 감상했던 때. 스티브 맥마나만? 그래, 나 이 선수 알고 있지.1992년에 발매된 PC 게임 에서 유일하게 스피드 99를 받았던 남자.축구 보기가 참 힘들었던 시절에는 미치도록 유럽 축구 시합이 보고 싶었고(잔루카 비알리가 최고 이적료 선수였고, AC 밀란이 100연승을 하던 시절이었나)축구 보기가 참 쉬워진 현재는 그렇지 않고.세상 모든 '즐길거리'들이 진지할수록 즐거워진다는 신념.. 2024. 4. 20.
240313-0315 김전일 37세의 사건부 조금 쉬어가는 뜻에서 김전일을 만나기로 했다.국내에는 14권까지 발매되어 있는데, 아깝지만 다 읽어버렸다.트릭의 빈약함을 범죄행위의 잔혹함 세기로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잔뜩이고,"죽음을 몰고 다니더군, 김전일" 하면서 들러붙는 형사도 나오고,"용의자들 다 모여주세요" 해도 다 모이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다정하게 "전일아~" 불러주는 미유키도 보기 어렵지만.김전일 붙들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하다.지금보다는 걱정거리가 적었을 것 같은 그 시절처럼 말이다 :-) 2024. 4. 20.
240311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에 이어 접하는 키건의 두번째 소설이다.굳이 두 작품을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어른이 그린 아이의 시선이라는 한계가 존재하는 에 비해서조금 더 진실하게 마음에 다가오는 건 이 책이었다.겉으로는 '거의 아무런 일이 없는 것 같은' 소녀의 이야기 보다선택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치열한 갈등이 조금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일까.동시에 그런 생각도 해 본다.두 작품이 구조상으로나,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이 거의 닮아있다.이 작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단편만 집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작가 스스로 같은 방식을 계속 고수하려한다면재능에 비해 쉽게 평범해질 위험성도 있지 않은가...라고.계속 좋은 문장들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괜한 소리 덧붙여 봤다.새 앨범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가장 사랑하는 싱어의 목소리에 .. 2024. 4. 20.
240309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김연수 작가님은 우리 세대 소설계의 아이돌이었다.나는 학교 화장실에서 응가를 누며 모기업 사내지에 실린 에세이들(이후 로 엮여 출간되는)을 통해 처음 그의 글을 접했고나와 같은 시절 20대 초반을 보냈던 주위 친구들이 서서히 그의 소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먼 미래에도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의 작가'로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물론 부분적으로 덜컹이고, 합이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나아지기를 바랐을 뿐)2009년에 에 수록된을 최고의 단편으로 꼽는 내게이후의 행보는 많이 실망스럽다.일단은 작품이 발간되면 좋긴 했다. 하지만 발간 주기가 한없이 길어지기만 했다.록 스타도 아니고, 마블 영화도 아닌데 굿즈성 서적이나, 리부트 같은 것만 계속되었다ㅠㅠ2020년에 나온 이 허투로 다룰 수 없.. 2024. 4. 20.
240305 세상의 끝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여행지에 가면 꼭 독립서점을 들러서 책 한 권을 구입한다.내 원칙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아내의 좋은 습관을 따라하는 것인데,이 책은 3, 4년전쯤에 속초의 '완벽한 날들'이라는 서점에서 구입한 것이다.당시에 와 이 책 사이에 고민했었는데아직도 그 상경기를 찾아 헤매고 있는 걸 보면, (은 이제 나름 유명해져서 구하기 쉽다)당시 선택은 실패했던 것으로ㅠㅠ게다가 여행지에서 산 책들은, 여행의 좋은 기억들과 함께 대부분 좋은 기억들로 남는데나는 이 책 이 정말로 세상 끝의 끔찍한 경험들만 늘어놓다가 끝나버릴지 몰랐다...를 읽고 오랜만에 꺼내 듣는 오늘의 앨범. 2024.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