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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Paul 5월 한달 동안 당신의 책들만 읽었습니다.막 스무살이 되기 직전에 처음 당신의 책을 접했고그 뒤로 26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러버렸군요.좋아했던 뮤지션들을 떠나보내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를 떠나보내는 건, 여전히 실감할 수 없는 일입니다.낯선 일입니다. 몇년전에 당신의 건강과 관련된 뉴스를 접했고, 걱정도 되었지만올초에 을 읽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한참 들떠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세상은 여전히 당신과 같은 날카로운 기록자가 남긴 기록들에 의해서 흘러간다는 팬으로서의 자부심도 꽤 높아진 상태였죠.5월 한달 동안 당신의 책들을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이마냥 슬픔 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그건 뭐랄까, 한참 포장도로를 달리다가이제 막 비포장 도로에 들.. 2024. 6. 1.
240530-0531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5월 폴 오스터 애도 기간 책읽기는 그의 소설 데뷔작인 로 마무리한다.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그렇게 하지 못했으니,내년 5월에는 좋아하는 작품들로만 폴 오스터 다시 읽기를 해보려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불분명했던 장르소설 와도 다르다.작가가 자신의 강한 자아를 소설에 투영시키기 전에 쓰여졌으며다른 해석의 여지가 적은 클래식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다.여기에 야구의 감성도 조금 섞었다.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거 다 담았다.주인공은 나른하고, 탐정 소설에서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야할 하드함도 부족하다.오히려 지나치게 낭만적인 편이다.다른 것보다 이 소설이 나한테 특별한 건 나의 두 친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폴 오스터를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이다.W는 어.. 2024. 6. 1.
240527-0528 폐허의 도시 (폴 오스터) 소설 데뷔작인 가 나오고 5년 뒤인 1987년에폴 오스터는 장편 소설 두 작품을 공개했다.작가의 대표작인 과 바로 이 작품 다.이 나오기 전까지 초기 작품들은이후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결을 지닌다.장르 소설적인 면모가 그것인데는 디스토피안 서간체 소설이다.5월 한달 동안 폴 오스터의 책들을 선택하는 기준이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아니라,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 작품 위주인데(내년 5월에는 좋아하는 작품들 위주의 주행을 해보려 한다)2006년작인 다음 작품으로 이 책을 고른 건 꽤 운이 좋았다.무엇보다 에서 가장 따뜻한 방문자로 등장하는 안나 블룸을 만나게 된다.시간을 넘어서서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하는 이 캐릭터에 대해서 연민과 애잔함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어 나가는데 상당한 원동력이 된다.그리고 .. 2024. 5. 28.
240522-0524 기록실로의 여행 (폴 오스터) 다음 해에 출간된 소설.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 이 세상에 대해서 논해 볼까?...하며 자신만만하던 폴 오스터가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분명히.좋은 작가들은 다들 그렇다. 당당해도 괜찮은데, 끊임없이 부끄러워 한다.세상은 그들의 일면만을 보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더 깊은 내면을 본다.부끄러워 할 줄 아는 좋은 작가와, 그들의 좋은 팬... 정말 좋은 이야기다.은 단독 소설로서는 조금 번잡하다.초기 대표작인 을 기반으로초기작들의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한다.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않으면 반쪽짜리 소설이 된다.작가적 부끄러움에서 비롯되었다고는 해도, 이야기 자체는 거만하기 이를 데 없다.주인공인 미스터 블랭크는 자신이 벌여온 짓들(자기가 만든 주인공들을 소설 속 세상, .. 2024. 5. 26.
240520-0521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 는 국내 발간된 폴 오스터 번역서 중에서내가 유일하게 읽지 않고 있었던 책이다.5월 중에 읽는 게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소설가로서는 한없이 냉정하고 지적이지만,에세이 작가로는 주제를 구성하는 방식이 정적이고 여리기만해서나는 폴 오스터를 좋은 에세이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시를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은 없지만, 시인으로서도 좀 그렇구...책의 절반은 이라고 해서시인 폴 오스터가 작가로서 세상을 인식하는 법과절실함을 가지고 글쓰기를 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다른 시인들을 소재로 삼았으며,챕터가 구분되긴 했지만 에드가 앨런 포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로는) 이어진다.폴 오스터의 소설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면 의미가 있을테고단독 에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무게감은 없을 것이다.이후로는 잡문(.... 2024. 5. 22.
240514-0516 신탁의 밤 (폴 오스터) 5월 폴 오스터 애도 기간의 책 선택에 어떤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을 빼고는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라잘 기억나지 않는 작품들을 고르고 있는 것 같다.시간을 많이 뛰어넘어서 2004년작인 이다.이 다음 해에 이라는 폴 오스터의 작품 세계에서거대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 출간되는데,이 과 묶어서 폴 오스터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당시에 어떤 작품이 오스터의 최고작인가를 두고팬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었지... 뭐, 그런 시기도 있었다...인기 많은 이 가물가물한 건,내가 을 더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는 다른 여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폴 오스터 본인의 투영임이 확실한 시드니 오어라는 작가가 주인공.아내 그레이스의 대부이며 선배 작가이기도 한 존 트로즈의 조언에 따라닉 보언이라는 .. 2024. 5. 17.
240509-0513 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은 에 이어서 1990년에 출간된 작품.다음 작품은 92년작 이다.짐 내쉬라는 전직 소방관이 유산 상속으로 거금을 손에 쥐게 되고삶의 목표를 상실한 채 사브를 몰고 미국 방방곡곡을 떠돈다.돈이 떨어져갈 무렵 잭 포지라는 어린 도박사를 만나게 되고플라워와 스톤이라는 복권당첨으로 부자가 된 두 남자에게서 돈을 뜯어낼 계획을 세운다...에 비해서 장편 소설로써 집중력은 좋아졌지만은유라고 하기도 좀 그런 직접적인 메타포들과, 어떠한 굴곡도 없이 몰락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주인공 때문에 피로해진다.(심지어 엔딩 장면도 전력 질주...)내쉬가 훔치는 인형들이나, 감시자인 머크스의 캐릭터 등적절하게 배치된 장치적 즐거움들이 소설을 읽는 묘미는 충분히 제공하지만초기작 중에서 성공과 실패 어느 쪽이냐면, 강한 인상을 남.. 2024. 5. 14.
240503-0507 문 팰리스 (폴 오스터) 초판(97.10.20.초판 2쇄)을 주문했다.97년 초판이 나왔고, 내가 구입했던 건 98년이었을테니 크게 다른 판본은 아닐 것이다.26년 전 구입했던 나의 는 친구와, 그의 로맨스 사건과,군대라는 우리의 사회에서의 부재 기간에 얽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신판과의 차이점이라면 일단 제목이 으로 바뀌게 되고,'테슬라'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텔사'로 표기되어 거슬린다는 것 정도 :(* * *고전문학만 소설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십대 시절의 나.상경 직후 주위 사람들이 '하루키' 주제로 열띤 논쟁 벌이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고세상에는 '요즘 유행하는' 작가라는 것도 있구나.. 처음 생각했다. 진짜 순진했거든.그래서 '요즘 책'들은 어떤 게 있나 컴퓨터통신 게시판을 뒤져 고른 게 바로 이 책.이후 군 시절, 다시.. 2024. 5. 11.
Moon Palace 부고를 접하고,내가 가지고 있는 작가님 책 가운데 외투 주머니에 들어가는 게 문고본 뿐이라 챙겨 들고서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술 한 잔 나눴다.다행이다. 혼자였다면 정말 마음이 많이 쓸쓸했을 것이다.나름의 방식으로 작가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자,5월 한달 동안 그분의 책들만 읽기로 했다. 2024. 5. 7.
240208-0220 4 3 2 1 (폴 오스터)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책을 접했고,처음엔 이거 뭐야? 이러다가1권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에야 구조(그리고 그 구조로 의도한 바)를 이해하게 됐다.나 자신이 얼마나 값싼 정서들로 타락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고ㅠㅠ을 기점으로,그 이후는 죄다 나이든 소설가의 회한뿐인 작품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부끄럽군요.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이어지고, 주인공들이 어떤 형태로든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뭐, 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이어지기는 한다. V1의 세계를 V2의 세계로 바꾼 장치는 이것이니 되돌아가서 어쩌구저쩌구...당연히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상상해서 부끄러웠던 것이고ㅠㅠ작가님이 평생 해오셨던 것처럼 단촐한 문장들로 타자기를 탁탁탁 두드리듯 네 개의 세상이 그려진다.독자의 마음.. 2024.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