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책을 접했고,
처음엔 이거 뭐야? 이러다가
1권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에야 구조(그리고 그 구조로 의도한 바)를 이해하게 됐다.
나 자신이 얼마나 값싼 정서들로 타락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고ㅠㅠ
<브루클린 풍자극>을 기점으로,
그 이후는 죄다 나이든 소설가의 회한뿐인 작품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부끄럽군요.
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이어지고,
주인공들이 어떤 형태로든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뭐, 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이어지기는 한다.
V1의 세계를 V2의 세계로 바꾼 장치는 이것이니 되돌아가서 어쩌구저쩌구...
당연히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상상해서 부끄러웠던 것이고ㅠㅠ
작가님이 평생 해오셨던 것처럼 단촐한 문장들로 타자기를 탁탁탁 두드리듯 네 개의 세상이 그려진다.
독자의 마음은 내밀하게 네 개의 세상을 옮겨가며 가능성들과 안타까움으로 차오르다가
자신의 마음속에 담겨있었던 가능성들과 후회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의 벽은 어느새 말랑말랑 부드러워지고,
단문으로 봐서는 아무런 감상도 없을 "그는 해피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펑! 하고 차올랐던 감정이 폭발하고 만다. 따뜻한 감성의 비가 쏟아지고, 소설 읽기가 재밌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힘으로 내일을 살아갈 결심을 한다.
폴 오스터 작가님, 당신을 알게 된지 벌써 26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소설이 늘 그런 힘을 제게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설이 1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덕분에 함께 들은 음악도 많다.
썬더캣 앨범은 좋아했었는데, 다시 들으니 장난스럽다는 느낌만 들고 실망.
가장 좋았던 건 말러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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