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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0626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 2 : 영원성의 역사 논픽션 전집 2권은 두 개 파트로 구성되었는데이 중에 첫번째 에는 1권의 연장선에서아르헨티나 문학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바라보는자유로운 사상가로서의 보르헤스가 담겨있다.우리 문학계에도 이런 인물이 한 명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그가 질색하는 '권위자'들이 우리 문학계에선 어르신 행세들을 하는 모양이니까.아무리 봐도 사상적 틀에 진정으로 갇히기 싫은불평불만 가득한 투덜이 아저씨일 뿐인데갑작스럽게 휘트먼에 대해서는 감출 수 없는 애정이 살짝 귀엽게까지 느껴진다.두번째 는보르헤스가 평생을 몰두했던 영원성, 순환적 시간성에 대한치열한 탐구의 기록이기에 중요한 기록이다.특별히 파트는그가 문학의 권위자가 아니라 문학의 본질에 이르고자했던영원한 모험가로서 생산한 문장들을 접할 수 있기에사뭇 감동적이다. 2024. 6. 26.
240622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2 (무라카미 하루키) 1권을 읽고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와말러의 를 골라서 많이 들었다.특별히 프레빈의 는 작업 중 듣는 앨범으로 여전히 애청하고 있다.2권에서는 작가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줄었고간략한 레코딩 별 감상만 모아둔 느낌이라서독서라기보다는하루키 씨가 운영하는 고전음악 레코드 가게 구경하듯 훑어본 느낌이다.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 슈베르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 리스트 관현악v,브람스 2번 교향곡, 차이코프스키 환상곡, 브람스 가곡집,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A단조 등 곡들에하루키 씨의 특별한 감상평이 남은 레코딩들을 체크해 두었는데,올 후반기 독서 중에 모두 들어볼 예정이다. 2024. 6. 23.
240619-0621 결혼식 가는 길 (존 버거) 올봄 제주도 여행중 남원읍 라는 연필가게에서 구입하려던 책이다.전리오 작가의 만 구입하고, 이 책은 사장님이 판매를 거부하셨음.이렇게 새책을 구해 읽어보니까 왜 판매를 거부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사실 6월의 독서계획을 세우면서 커다란 기대는 없었는데도 그렇고 도 그렇고우연히 맞닥뜨리는 감동들이 너무 커다랗다...*그리스에서 타마타(편액, 현판)를 판매하는 맹인의 시점에서제목처럼 결혼식을 향해 가는 사람들,그 여행자들이 마주치는 우연한 만남들,결혼식의 주인공들, 그 주인공들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야기다.맹인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화자인 맹인조차 "나도 모르겠다"고 밝히는 부분이 책 속에 진짜로 있다...얼핏 주인공들을 향한 동정이나, 분노한 자들에 대한 비난으로감상이 쉽.. 2024. 6. 21.
240618 마크로스 -노래, 사랑, 전투의 세계 에 대한 기억은 우리 가족의 첫 비디오 데크부터 시작한다.처음 애니메이션 비디오 테이프라고 대여했던 게 였다.시리즈라고 여러편을 빌릴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딱 한 편 빌려봤다.재밌었지만, 동네 유일의 비디오 가게에 딱 한 편만 들어와 있었던가 보다.그 다음에는 AFKN에서 방영하던 시리즈.막스가 자신의 발키리에 젠트라디 군 코트를 걸치고 잠입해서젠트라디 병사에게 옆차기를 날리는 장면이나,바다에 떨어진 마크로스 최후의 전투 같은 이미지들이 강렬하게 남았다.그리고 90년대 후반에 감상했던 극장판.이건 정말 걸작이었다. 당시 친구 T는 굳이 내 자취방에 놀러와서마크로스 플러스를 틀어두고는 눈물을 흘려댔다... 그냥 빌려달라고 하지...그 다음은 10년전쯤 봤던 TV 시리즈.플러스도 극장판이었으니, 제대.. 2024. 6. 18.
240618 관능소설 (김윤아) 일단은 생각보다 텍스트가 적어서 놀랐다.2001년작인 의 흐릿한 기억에 덧대어가며음악과 함께 감상했다.*나는 우리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일 정도로 단조로운 가요계에서자우림과 김윤아가 걸어온, 걸어가는 길을 늘 응원하는 입장이다.내세울 거라고는 장발과 가죽 재킷, 사람들의 노래방 애창곡 락 발라드 몇곡뿐인 아저씨들이TV에 나와서 락 스피릿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꼴을 지켜보면서우리 가요계에서 그래도 기타 리프 위주의 락큰롤 음악을 하면서밴드를 지켜내면서,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걷는 팀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를 생각한다.물론 김윤아라는 자우림 밴드의 프런트맨이 언제나 이상적인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가요계의 룰 속에서 영리하게 생존하면서적어도 비굴하지 않게 자신의 밴드와 음악.. 2024. 6. 18.
240610-0617 나폴레옹 전쟁 (그레고리 프리몬-반즈, 토드 피셔) 어린 시절 PC 게임인 로나폴레옹의 역사를 처음 접한 이후, 내게 그의 이야기는 늘 매력적인 소재였다.리들리 스캇 감독님의 이 애플TV+에 확장판으로 공개된다기에언젠가 특별한 일주일을 선정해서나폴레옹 영화도 보고, 이 책도 읽고 신나겠다... 기대가 컸는데확장판 공개도 물 건너 간 것 같고, 영화도 영 심심했고, 남은 건 이 책 뿐.*많은 추천이 한데 모이기에 망설임 없이 고른 책인데,개인적으로 기대한 건 인간 나폴레옹의 삶이었다.물론 전쟁도 그의 중요한 일부니까 균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다.하지만 이 책은 100% 순수한 전쟁의 기록으로, 읽다보면 두 저자의 편집증적인 전투별 세밀 묘사에 감탄하게는 된다.그런데 서술의 방식이 이런 식이다.한 단락의 첫 문장 : XXX 장군이 군을 숲에 숨기.. 2024. 6. 16.
240603 百의 그림자 (황정은) 2024년도 절반 가까이 흐르고 있는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니까2월부터 4달 동안 총 32작품(35권)의 책을 읽었고,그 감상평들을 보니까 대체로 부정적인 흐름이더라고.특히 현재의 한국 소설계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신뢰를 잃은 상태인 것 같던데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다 보니까 이런 책도 만나게 된다.*황정은 작가님, 주위 분들에게서 작품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예전에 재미공작소에 작가님 팬인 친구를 따라가서작가와의 만남 자리에서도 뵙고 그랬었는데(같은 키보드 쓰신다기에 반갑기도 했고요^^)작품을 읽어보는 게 참 많이 늦었습니다.최근 한국 소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결국에는 정말 큰 벅차오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쓰는 분이 계시는구나.은.. 2024. 6. 4.
Dear Paul 5월 한달 동안 당신의 책들만 읽었습니다.막 스무살이 되기 직전에 처음 당신의 책을 접했고그 뒤로 26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러버렸군요.좋아했던 뮤지션들을 떠나보내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를 떠나보내는 건, 여전히 실감할 수 없는 일입니다.낯선 일입니다. 몇년전에 당신의 건강과 관련된 뉴스를 접했고, 걱정도 되었지만올초에 을 읽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한참 들떠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세상은 여전히 당신과 같은 날카로운 기록자가 남긴 기록들에 의해서 흘러간다는 팬으로서의 자부심도 꽤 높아진 상태였죠.5월 한달 동안 당신의 책들을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이마냥 슬픔 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그건 뭐랄까, 한참 포장도로를 달리다가이제 막 비포장 도로에 들.. 2024. 6. 1.
240530-0531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5월 폴 오스터 애도 기간 책읽기는 그의 소설 데뷔작인 로 마무리한다.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그렇게 하지 못했으니,내년 5월에는 좋아하는 작품들로만 폴 오스터 다시 읽기를 해보려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불분명했던 장르소설 와도 다르다.작가가 자신의 강한 자아를 소설에 투영시키기 전에 쓰여졌으며다른 해석의 여지가 적은 클래식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다.여기에 야구의 감성도 조금 섞었다.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거 다 담았다.주인공은 나른하고, 탐정 소설에서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야할 하드함도 부족하다.오히려 지나치게 낭만적인 편이다.다른 것보다 이 소설이 나한테 특별한 건 나의 두 친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폴 오스터를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이다.W는 어.. 2024. 6. 1.
240527-0528 폐허의 도시 (폴 오스터) 소설 데뷔작인 가 나오고 5년 뒤인 1987년에폴 오스터는 장편 소설 두 작품을 공개했다.작가의 대표작인 과 바로 이 작품 다.이 나오기 전까지 초기 작품들은이후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결을 지닌다.장르 소설적인 면모가 그것인데는 디스토피안 서간체 소설이다.5월 한달 동안 폴 오스터의 책들을 선택하는 기준이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아니라,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 작품 위주인데(내년 5월에는 좋아하는 작품들 위주의 주행을 해보려 한다)2006년작인 다음 작품으로 이 책을 고른 건 꽤 운이 좋았다.무엇보다 에서 가장 따뜻한 방문자로 등장하는 안나 블룸을 만나게 된다.시간을 넘어서서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하는 이 캐릭터에 대해서 연민과 애잔함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어 나가는데 상당한 원동력이 된다.그리고 .. 2024. 5. 28.
240522-0524 기록실로의 여행 (폴 오스터) 다음 해에 출간된 소설.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 이 세상에 대해서 논해 볼까?...하며 자신만만하던 폴 오스터가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분명히.좋은 작가들은 다들 그렇다. 당당해도 괜찮은데, 끊임없이 부끄러워 한다.세상은 그들의 일면만을 보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더 깊은 내면을 본다.부끄러워 할 줄 아는 좋은 작가와, 그들의 좋은 팬... 정말 좋은 이야기다.은 단독 소설로서는 조금 번잡하다.초기 대표작인 을 기반으로초기작들의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한다.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않으면 반쪽짜리 소설이 된다.작가적 부끄러움에서 비롯되었다고는 해도, 이야기 자체는 거만하기 이를 데 없다.주인공인 미스터 블랭크는 자신이 벌여온 짓들(자기가 만든 주인공들을 소설 속 세상, .. 2024. 5. 26.
240520-0521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 는 국내 발간된 폴 오스터 번역서 중에서내가 유일하게 읽지 않고 있었던 책이다.5월 중에 읽는 게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소설가로서는 한없이 냉정하고 지적이지만,에세이 작가로는 주제를 구성하는 방식이 정적이고 여리기만해서나는 폴 오스터를 좋은 에세이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시를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은 없지만, 시인으로서도 좀 그렇구...책의 절반은 이라고 해서시인 폴 오스터가 작가로서 세상을 인식하는 법과절실함을 가지고 글쓰기를 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다른 시인들을 소재로 삼았으며,챕터가 구분되긴 했지만 에드가 앨런 포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로는) 이어진다.폴 오스터의 소설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면 의미가 있을테고단독 에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무게감은 없을 것이다.이후로는 잡문(.... 2024.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