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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

240619-0621 결혼식 가는 길 (존 버거)

by 빵굽는 타자기 2024. 6. 21.

올봄 제주도 여행중 남원읍 <제주디어&여행가게>라는 연필가게에서 구입하려던 책이다.
전리오 작가의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만 구입하고, 이 책은 사장님이 판매를 거부하셨음.

이렇게 새책을 구해 읽어보니까 왜 판매를 거부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

사실 6월의 독서계획을 세우면서 커다란 기대는 없었는데
<백의 그림자>도 그렇고 <결혼식 가는 길>도 그렇고
우연히 맞닥뜨리는 감동들이 너무 커다랗다...

*

그리스에서 타마타(편액, 현판)를 판매하는 맹인의 시점에서
제목처럼 결혼식을 향해 가는 사람들,
그 여행자들이 마주치는 우연한 만남들,
결혼식의 주인공들, 그 주인공들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맹인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화자인 맹인조차 "나도 모르겠다"고 밝히는 부분이 책 속에 진짜로 있다...

얼핏 주인공들을 향한 동정이나, 분노한 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감상이 쉽게 흐를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부자연스러운 건 아니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보다는 세상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앞선 세대는 후회하거나 감내하고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이해하거나 편견으로 바라보며
절망에 빠진 이들은 패배가 아니라면 받아들임으로 숨을 쉬고
패배한 자들은 다시 일어서거나 그냥 누워서 흘러가는 하늘만 바라보거나
이 세상은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
그것들 중 어디에도 선후가 있지는 않지만 모든 게 세상의 일부라는 것.

책의 분량에 비해서는 읽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허투로 지나칠 수 있는 문장이 거의 없어서.

책을 읽으며 총 네 장의 앨범을 골라 들었는데
뒤에 들은 OST 두 장은 이 책의 로드 무비 적 감성 때문에
특별히 고른 앨범들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 OST를 다 듣고
<멋진 하루> OST의 A면이 끝날 무렵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B면을 걸어두고는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 책을 품에 안고
음악에만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순간들도 있다.

봄바람이면 훌륭하지
항해에 나서려는 선원들에게는

Alice in Chains - Alice in Chains (1995)
Soundgarden - Down on the Upside (1996)
Ishibashi Eiko - Drive My Car (2022)
김정범 - 멋진 하루 DE OST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