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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2023년의 독서 활동이 워낙 처참했기에, 조금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왔던 2024년의 독서는 앤드루 포터의 데뷔 소설집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동안 총 63작품, 권수로는 69권의 책을 읽었다. 폴 오스터 선생님을 떠나보냈고, 황정은 작가님을 만났고, 한강 작가님의 소식에 감동했다. 가장 좋았던 책 3권을 꼽자면1. 황정은 2. 조지 손더스 3. 앤드루 포터 이다.*24년의 연말에는 의도치 않았음에도 쓸쓸한 중년 남성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창작물들을 계속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그 쓸쓸함과 처연함이 단연 돋보이는 게 앤드루 포터의 작품들이었다.에서는 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고, 이 작품집에서는 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단절된 아이들, .. 2025. 1. 1.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씨네큐브 광화문2024년 마지막으로 감상한 영화. 와 마찬가지로 '영화적으로는' 그다지 영웅적이지 못한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앤드루 포터의 소설도 그렇고, 평범하다기 보다는 살짝 비루한 남자 이야기들이 요즘 이토록 가슴을 세게 때리는 것보면 나도 확실히 나이가 든 모양이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숭고한 영웅담으로, 두려움을 허투로 묘사하지 않기에 최후의 용기가 더 묵직하다.킬리언 머피의 연기에 거의 전부를 건 작품인데, 물론 비주얼을 포함한 연기 아주 좋았지만... 극초반에는 조금 힘이 들어갔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2025. 1. 1.
쇼는 없다 (이릉) 프로레슬링 소재의 소설이라기에 꽤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이 이야기의 타깃층이랄 수 있는 과거의 쇼에 큰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고, 한없이 저질이지만 통쾌했던 90년대 후반 ~ 00년대 초반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이 모든 시대에 관심이 많았고, 현재까지도 프로레슬링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프로레슬링이 불편한 구석도 많다는 걸 인정하며 철저하게 '밑바닥 취미'라는 것을 부정하는 마음도 없다. 그냥,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고, 안다면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고, 익숙해진다면 꽤 즐거운 취미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 소설은 흔히 '골든 에라'라고 부르는 80년대 극후반 ~ 90년대 초반에 추억이 있는 현재의 중년 남성을 위한 이야기다. 안타깝지만 그냥.. 2024. 12. 31.
검은 사제들 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가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를 기억해냈다. 아! 이 영화를 아직 못봤구나.- 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감독의 작품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감상했다. 이야기가 다소 덜컹거리는 부분(많진 않았다)은 배우들의 연기로 커버되어 아주 매끈하다. 오컬트물로 포장된 히어로물에 가까운 영화였지만 말이다.그러고보면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도 비슷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도 그렇고, 만족감은 떨어졌지만 배우들 연기가 좋았던 도 마찬가지로, 오컬트 장르의 공식이다시피한 찝찝함을 버리고 악마를 때려잡는 영웅 서사로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제작사의 압력에 결국 굴복해서 후속작을 찍을수는 없었지만, 장대한 유니버스 제작의 꿈이 숨어있는 것까지.주인공들은 겨우 하룻밤을.. 2024. 12. 31.
퍼펙트 데이즈 그림자와의 화해나는 이 작품을 이렇게 기억하겠다.스스로 그 어떤 인간보다도 어둡고 외로운 삶을 살았노라 생각한다. 세상의 대부분은 나를 무뚝뚝하다고 여겼을 것이고, 누군가는 고집불통에 타협하지 않는 벽처럼 느꼈을테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해를 바라지는 않았다.많은 이들이 보여지는 것 이면에 어둠을 간직한 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소수의 사람들만 나처럼 이해를 바라지 않은 삶을 고수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해받기를 포기했던 것인지도 모른다.여기서 기록해두고 싶은 말은, 그렇다고해서 나 같은 인간의 삶이 마냥 황무지같고 차갑고 딱딱하기만 한 건 아니란 것이다. 그냥, 외로운 보통의 삶이다. 보통 인싸의 삶이 있는 것처럼 보통의 쓸쓸한 삶도 있다.빔 벤더스는 이 영화를 통해서 독특한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 2024. 12. 30.
인사이드 아웃 2 오랜만에 디즈니+ 멤버십을 결제하고 감상.오리지널 멤버들이 모험에 나서기까지 너무 작위적이고 스케일도 작은데 캐릭터들만 늘어서 집중력은 떨어지고, 유머 부족에 실망하고, 내내 지루함을 느끼다가...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제법 큰 울림을 안겨줬다. 제작진이 인간 심리의 분석에는 진심이었던 모양.*픽사 스튜디오는 내 인생을 바꿔놓았을 정도로 삶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만들어왔는데 언젠가부터 (아마도 디즈니에 완전히 흡수된 후로) 신작이 나와도 그냥 시큰둥한 나를 보면 굉장히 안타깝고 요즘에도 가끔씩 꺼내서 초반부를 감상하는 전후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진다. 2024. 12. 29.
세나 아일톤 세나의 삶 자체가 드라마였기 때문에 망정이지 드라마 제작진은 실상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중요한듯 보이는 가상 인물 카야 스코델라리오 캐릭터는 하는 것 없이 폼만 잡고 가족들은 안팎을 오가며 가족애를 과시하지만, 서사적 설명이 없기 때문에 감동이 없다. 마지막 에피소드 프로스트와의 대화는 조금 볼만하지만, 늦은감이 있고.세나는 내 어린 시절의 영웅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삶은 누가 묘사해도 감동적일 거라고 상상해 왔는데 이토록 지루하게 묘사해 낸 것도 일종의 저주받은 재능일까?다만 레이스 장면들 만큼은 꽤 볼만하다. 오히려 제작비가 부족해서 레이스 장면들을 축소할수 밖에 없었던 같은 명작 레이스 영화에 이 드라마 자본이 투자되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이제 레이싱 팬으로 기대할 건 2025년 .. 2024. 12. 27.
란마 1/2 10월의 넷플릭스 애니 관심작 세 편 중 과 마찬가지로 12화로 마무리 된 작품. 2기는 아직 방영일이 확정되지 않음. (제발 다 만들어놓고 공개하라!)내가 어린 시절 란마를 얼마나 좋아했느냐면 다시 태어난다면 꼭 란마의 세상 속에서 태어나고 싶어했을 정도였다. 뭐, 어린 시절이 별로 즐겁지 않은 탓도 있었겠지만. 만화책과 애니 말고도 을 손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플레이했던 기억도 있다.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주인공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변치않은 변태스러움과 요란함도 충분했다. 그러니... 2기, 2기를 빨리 내게 다오. 2024. 12. 27.
단다단 10월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개인적 취향으로)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마무리가 되었다. 그것도 "어라? 왜 다음 편이 연속재생 안 되지?" 수준으로 댕강 잘려버린 채 끝났다. 2기는 2025년 7월 예정이라고...요란하고, 정신 없고, 막 나가는 귀신과 외계인 전쟁 학원물로 전체적으로 즐겁게 감상했지만 중간에 신파성 사연들 장면에서는 한결같이 집중력을 잃었다. 그 장면들에 감동을 받은 감상자들도 있겠지만, 내 취향으로는 확실히 "과했다" 2024. 12. 27.
헌트 나는 이 영화를 2020년 공개당시에 봤고 이번에 재감상했다. 사실 보고나면 나무랄데 없는 데스 게임 영화지만 1년 후를 예상하기 힘든 미국의 현실에 비춰보면 멀미가 날 정도로 혼란스런 작품이다. 그렇다고 진지한 주제의식을 내재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다만 정치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4년의 감상 텀을 두고도 이렇듯 다르게 보이는 걸 봤을때 나름 존재가치는 지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그저 웃자... 미국만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내가 살아 숨쉬는 이곳도 코미디 세상이니까. 2024. 12. 27.
아메리카스 스위트하츠 :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치어리더들 기획의도 자체는 화려함 이면의 세계를 조명하는 것이었겠지만실상은 그저 사랑과 우정, 믿음만 꽃피는 치어리딩 팀 홍보 필름. 2024. 12. 23.
걸즈 밴드 크라이 이것 참 밴드 이야기라서 무작정 골라봤는데(밴드 이야기는 지나치지 못한다. 다음번 생애에는 반드시 락 스타로 태어날 것이다!)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흥미진진함에 즐거웠다. 2024.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