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황정은) 를 마지막으로 7월 한달간의 황정은 작가님 전집 읽기를 마무리한다.이 책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기록할만한 이야기가 없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또 이 세상의 무정함에 너무 깊이 상처받지 않고 계속 좋은글 써 주시기를. 그렇게 바랄 뿐이다.*스트리밍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과거, 좋아하는 가수 앨범을 듣기 위해서는 무조건 물리매체를 구입해야만 했던 때, 앨범 한장이 끝내주게 좋으면 그 가수의 전집을 무작정 다 사들여서 듣던 그 시절 같았다. 다행히 작가님 팬과 함께 살고있는 관계로 전집을 구비한 채로 시작했지만 말이다.가수의 전집을 사들이던 시절에 깨달았다. 인간의 창작력이라는 건 보통 대중가수의 경우 앨범 1, 2장, 소설가의 경우 장편 1, 2편 정도가 한계라는 것. 너무 짧게 잡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 2024. 8. 4. 연년세세 (황정은) 이 책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 의 세 파트는 작가가 여전히 소설가로서 한 걸음 나아가보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 마침표로 적절한 이야기일까? 의 다음에 가 붙으며 느꼈던 당혹감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2024. 7. 31. 디디의 우산 (황정은) 마침내 속 속 로 이어진 디디 3부작이 로 막을 내린다.이 책은 그 뒤로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한 가 나머지 절반을 채우고 있다. 얼핏 보면 의 위에다 트레이싱 페이퍼를 대고 그린 다른 버전의 이야기 같지만 두 개 작품이 이르는 종착지는 전혀 달랐다.장난스럽거나,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던 이름들은 사라지고 정확히 세글자의 이름을 지닌 인물들이, 그저 현실의 기록인지, 소설적 재구성 요소들이 조금은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초현실적인 문장들로 냉정하고, 비탄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나는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10년 남짓한 황정은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따르며 무엇을 바랐던 걸까?세상은 끔찍하다. 소설을 읽는 나는, 소설 속에서 그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만' 받고 싶지는 않다.내가 소설을 사.. 2024. 7. 31. 아무도 아닌 (황정은) 부터 까지는 음악을 들으며 부터 까지는 음악 없이 늦은 새벽 시간에 낮은 스탠드 불빛에만 의지해서 (예전처럼) 책을 읽었다.이 특별하고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서 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단편으로 그려낼 수 있는 거의 최극단의 파괴력을 느낀 것 같다. 전반에 수록된 작품들은 작가가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지만 가슴이 아프게도 (비슷한 시기에 우리도 많이 아팠던 것처럼) 후반 작품들로 갈수록 작가는 다시 세상의 비정함에 마음의 문을 닫아가는 듯했다. 단편집으로써는 한 단계 더 높이 올라섰는데, 과연 이보다 더 뛰어난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기대가 반, 걱정이 반이다.그리프가 마침내 앨범 형태로 작품집을 선보였다. 세번정도 반복해 들으면 지루해지는 유형의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2024. 7. 24.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 Bleach百의 그림자 - Nevermind파씨의 입문 - Incesticide야만적인 앨리스씨 - In Utero어떤가? 황정은 작가는 이 시대 문학계의 커트 코베인 아닌가.만약 커트가 자신의 여정을 끝내는 대신"계속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대신, 같은 앨범을 들을 수 있었을지도. 2024. 7. 15.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황정은 작가님의 2013년작이자, 네번째 단행본, 두번째 장편소설.절반가량은 영화관에서 상영시간을 기다리며 읽었다. 영화는 시합장면만이라도 멋지기를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실망했다. 시도때도 없이 끼어드는 회상장면들 때문에 템포가 엉망이고 코즈메 켄마는 영화 한편을 이끌어가기에 너무 맥빠지는 주인공이다.*이건 나만의 추측일 뿐이지만 이 작품은 아마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하면서 느끼게 된 자유로운 창작활동에 온갖 형태로 태클을 감행해오는 문학계를 향한 분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나의 길을 가련다는 의지의 표출이 아닐까 싶다.그렇다. 가 조금 예외적으로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과거를 녹여낸 작품이었다면 그 외의 작품들은 작가가 받아들이는 '당장'에 대한 솔직한 감상평처럼 흘러나오는 것 같다.솔직함.. 2024. 7. 11. 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난달 읽은 장편 다음으로 2012년에 나온 두 번째 소설집.무심한 어른들의 이기적인 싸움을 무심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한없이 무심한 아가리 전쟁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영화 가 바로 이 작품을 레퍼런스 삼아 쓰여지지 않았을까 싶은 죽음에 관한 걸작 판타지 마찬가지로 외롭고 막막한 죽음의 또 다른 묘사인 외로움과 쓸쓸함이 메아리처림 사무치는 고양이 '몸'의 액션 활극 고단한 인생, 우리를 고단하게 만드는 세상정리하면 그것은 양산 팔기 설명서.. 부채를 지닌 이들이 왜 고단해야 할까이것도 정리해 보니까 우산 때문? 며칠전 읽은 의 훨씬 더 내면적인 버전처럼 읽힌 소외와 고립에 대한 이야기 가난하고 연약하지만 박동하고 있지 않은가?당신은 어떠한가? 그렇게 묻는 까지..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가 단지.. 2024. 7. 10.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2008년에 나온 황정은 작가의 첫 소설집인데 수록작들보다는 책의 구성과 상품포장의 방식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자세한 건 '황정은 작가의 달'로 정한 7월을 모두 보낸 후 여기에 덧붙여서 기록할 것이다.*추후 덧붙임 : 2024년 8월 4일굳이 모든 작품을 읽고 나서야 덧붙이기로한 건 황정은 작가님의 글이 결국에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지 전혀 모른 채 한달 읽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첫 작품집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사실 이런 구성과 포장은 출판사의 폭력이 아닐까 한다. '명랑'과 '기발함'이라니. 젊은 여성들에게 팔릴 작가로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작가를 포장하려는 행위.아쉽다. 누가 읽어봐도 첫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명랑하고 기발하기만 한 이야기들이 .. 2024. 7. 10. 百의 그림자 (황정은) 2024년도 절반 가까이 흐르고 있는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니까 2월부터 4달 동안 총 32작품(35권)의 책을 읽었고, 그 감상평들을 보니까 대체로 부정적인 흐름이더라고. 특히 현재의 한국 소설계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신뢰를 잃은 상태인 것 같던데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다 보니까 이런 책도 만나게 된다.*황정은 작가님, 주위 분들에게서 작품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예전에 재미공작소에 작가님 팬인 친구를 따라가서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서도 뵙고 그랬었는데 (같은 키보드 쓰신다기에 반갑기도 했고요^^)작품을 읽어보는 게 참 많이 늦었습니다. 최근 한국 소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정말 큰 벅차오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쓰는 분.. 2024. 6.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