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마침내 레누와 릴라의 이야기, 그 엔딩까지 도달했다. 삶의 스트레스 속에서 3월 한달 동안 거의 책을 손에 잡지 못했음에도 이 이야기의 호흡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흐름을 유지한 건 작품의 탁월한 리듬감 때문이다. 3권에서 마침내 오랜 친구의 그늘을 벗어났다고 믿었던 레누는 인생의 사랑이라 믿었던 니노에게 배신을 당하고 나폴리로 돌아간다. 그것도 릴라의 집 바로 위층으로. 4권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어갈 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두 주인공의 고향은 삭막하고 잔인하게 변해가고, 독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왔던 수많은 인물들이 목숨을 잃는다. 폭력과 정치에 의해거건, 단지 상실과 좌절에 의해서건 많은이들이 퇴장한다. 다음 세대의 인물들이 생명력을 보여주지만, 서술자인 .. 2025. 4. 15.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엘레나 페란테) 각 권이 인생의 서로 다른 시기를 조명하리란 예상과 달리 1권과 2권은 주인공들의 성장기를 다루며 비교적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2권은 특정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두 주인공 인생의 전환점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3권에 들어서야 이 이야기는 호흡방식에 변화를 준다. 1권 첫머리에 잠시 나왔던 현재의 레누가 등장하고, 릴라의 운명이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마침표를 찍었는지 밝혀버린다. 이제 이야기는 다시 2권에서 마지막 만남 이후로 돌아간다.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기 전까지 지나쳐버린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서 소설의 시점이 잠시 릴라로 변경되는데, 이 부분이 썩 매끄럽진 않다. 4권까지 기대대로 훌륭하게 마무리된다면 아마도 유일하게 실망스러웠던 챕터로 기억될 것이다. 3권은 전체적으로 앞선 이야기.. 2025. 4. 9.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지난 연말부터 단편문학의 정수라 할만한 문장들을 읽어왔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문학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지만, 얼굴 없는 작가분의 나폴리 4부작 제 1권을 펼쳐들면서도 꽤나 회화적 아름다움을 상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강렬한 빛을 비추어, 나의 눈을 눈부시게 했으니...이 이야기는 라파엘라 세룰로(리나/ 릴라)와 엘레나 그레코(레누/ 레누차), 친구인 두 사람의 성장을 담고 있다.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구도로 평범한 레누가 서술자가 되어, 종잡을 수 없이 특별한 릴라를 바라보는 것으로 함께 성장해 나간다. 문장들은 장황하지 않고, 조금은 불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심플하게 감정의 테두리 정도만 묘사하는 것으로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낸다. 독자는 이탈리아 소녀, 소년들의 폭력적.. 2025.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