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세상에 분노하고, 그 끝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설가란 그저 비참한 세상을 담아내기만 하는 그릇이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가야 하는가 신념을 말할 줄 알아야 소설가지.
문장들은 참 좋고,
중단편 이상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비슷한 또래의 작가들 중에서
나름 노력한 면모도 보이지만, 분노는 순진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그 끝에 마침표도 찍지 않았다.
홍보문구에 '성장' - '내밀한 상처' - '근사한 기억'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실제 내용은 '단절' - '누가 봐도 상처' - '세상은 시궁창'이다.
<Boys for Pele> 이후로 가장 진지하게 들었던 토리 에이모스의 앨범.
세상에 끔찍하게 상처받고, 누구보다 분노에 절여진 음악을 했던 그녀.
여전히 따뜻하다고 하기에는 시퍼런 음악들을 하지만.
그래도 딸과 조카의 목소리를 담으며 그녀가 이 진지한 트랙들로
세상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상상해보면,
토리야말로 진짜 생애를 담아내는 소설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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