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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

240514-0516 신탁의 밤 (폴 오스터)

by 빵굽는 타자기 2024. 5. 17.

5월 폴 오스터 애도 기간의 책 선택에 어떤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달의 궁전>을 빼고는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라
잘 기억나지 않는 작품들을 고르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을 많이 뛰어넘어서 2004년작인 <신탁의 밤>이다.
이 다음 해에 <브루클린 풍자극>이라는 폴 오스터의 작품 세계에서
거대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 출간되는데,
이 <신탁의 밤>과 묶어서 폴 오스터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
당시에 어떤 작품이 오스터의 최고작인가를 두고
팬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었지... 뭐, 그런 시기도 있었다...
인기 많은 <신탁의 밤>이 가물가물한 건,
내가 <브루클린 풍자극>을 더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는 다른 여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폴 오스터 본인의 투영임이 확실한 시드니 오어라는 작가가 주인공.
아내 그레이스의 대부이며 선배 작가이기도 한 존 트로즈의 조언에 따라
닉 보언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소설 속의 또 다른 소설,
주석이라는 형태로 두 개의 세계를 구분하는 실험적인 작법,
<문 팰리스> 네온 사인에 필적하는 <페이퍼 팰리스>라는 지배적 이미지 장치,
환상과 우연과 고뇌와 의심의 순간들이 긴박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치밀하고 지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끝없는 의심과 절망적인 상실 속에서 주인공 시드니가
'어떤 형태'의 구원을 얻으면서 끝난다.
그것은 선명한 희망의 형태가 아니지만,
현실 세상의 진실에 다가서려는 작가의 고뇌는 오히려 선명하다.
젊은 시절, 주인공들을 끊임없이 답이 없는 패배 속으로 밀어 넣던 폴 오스터가
어떻게든 이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작가의 길을 찾기 위해 고뇌했는지가
이 소설에 빼곡하게 담겨 있다.

단연, 폴 오스터의 최고작 중 하나다.

기억을 제대로 하고있지 못해서 죄송스럽다...
저도 군대를 막 제대하고 살 길 찾느라 고뇌의 시간 속에 있었나 봅니다. 작가님.

Pearl Jam - Binaural (2000)
Pearl Jam - Riot Act (2002)
Pearl Jam (2006)

신작이 너무 일찍 도착해서,
미처 완주하지 못했던 펄 잼 전작들 감상을 이어서.
극동부와 중서부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미국적인 밴드 중 하나인 펄 잼과 폴 오스터의 작품들 은근히 잘 어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