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음악

240309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by 빵굽는 타자기 2024. 4. 20.

김연수 작가님은 우리 세대 소설계의 아이돌이었다.
나는 학교 화장실에서 응가를 누며 모기업 사내지에 실린 에세이들
(이후 <청춘의 문장들>로 엮여 출간되는)을 통해 처음 그의 글을 접했고

나와 같은 시절 20대 초반을 보냈던 주위 친구들이 서서히 그의 소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먼 미래에도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의 작가'로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물론 부분적으로 덜컹이고, 합이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나아지기를 바랐을 뿐)

2009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 수록된
<달로 간 코미디언>을 최고의 단편으로 꼽는 내게
이후의 행보는 많이 실망스럽다.

일단은 작품이 발간되면 좋긴 했다. 하지만 발간 주기가 한없이 길어지기만 했다.
록 스타도 아니고, 마블 영화도 아닌데 굿즈성 서적이나, 리부트 같은 것만 계속되었다ㅠㅠ

2020년에 나온 <일곱 해의 마지막>이 허투로 다룰 수 없는 소재를 고르고,
오랜 사전조사를 통해 나오는, 그의 모든 것을 담은 대작이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새 단편집을 읽는다.
남는 거라고는 '나 이렇게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음' 뿐이다.
소설에서 환기를 위해 배경 변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 단편집 안에서는 도저히 무슨 필요에 의해선지 모를 정도로
무의미하게 배경 변화가 계속된다. 캐릭터고, 주제고 모두 그 부주의한 멋부림에 휩쓸려 사라진다.

도어스 - Live in New York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