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결된 작품은 아니고, 현재 시즌 4가 방영중이다. 스핀오프인 <사이드 퀘스트>도 곧(3.26) 공개될 예정.
인기 MMORPG <미틱 퀘스트>의 최신 확장팩 공개 직전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오피스 드라마다. 확장판에 추가될 새 아이템 '삽'을 두고 디렉터와 엔지니어가 벌이는 대립이 메인 플롯인데, 예상대로 회차가 거듭되면 게임 자체는 변방 소재로 밀려나고, 서로 다른 인종, 성정체성, 세대, 계층, 가치관 등 충돌이 주요 테마가 된다. 템포는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리듬감은 꽤 좋은 편이고, OST도 잘 선별되었으며, 기초공사 단계만 해도 주인공 아이안과 포피가 꽤 매력적으로 그려지기에 막힘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특별히 같은 배경의 과거를 그린 시즌 1 에피소드 <다크 콰이어트 데스>와, 시즌 1 종료 후 공개된 팬데믹 당시의 특별 에피소드 <쿼런틴>, 작가인 CW의 과거를 그린 시즌 2의 <백스토리>, 그 후일담인 <피터> 등 빛나는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기억에 남을만 하다. 대부분 극중에서 아이안 그림 역을 맡은 배우 롭 맥켈레니가 직접 연출한 에피소드들이다. 시즌 3에는 이와 비슷한 장치로 아이안과 포피의 과거를 그린 <Sarian>, 시즌 4에 마피아 게임 에피소드 <The Villain's Feast>가 있지만 시즌 1, 2의 특별 에피소드들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 게다가 에피소드 2개 분량이나 투자하며 캐릭터를 발전시키는데 공을 들였던 CW 역을 맡은 F. 머레이 에이브러햄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엘리) 배우가 성추행 문제로 갑작스럽게 극에서 하차하면서 좋은 에피소드들의 가치도 많이 퇴색되었다.
시즌 4 현재는 그냥 '굴러만' 가고 있는 중. 나도 하차를 고려하고 있는 중.
시트콤의 장기적 성공여부는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얼마나 빠르게 캐릭터를 완성해 내는가. 캐릭터가 극의 진행을 통해 완성되어야지 빨리만 완성될 수 있는 건나? 싶지만 그게 시트콤의 특수성이다. '성장'은 2차 요소일 뿐. 속내를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캐릭터의 진심을 감상자만큼은 제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드라마는 구축 단계에서 분명히 얄밉고 제멋대로지만 밉지 않은 예술가 아이안 그림, 상식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퉁퉁거리는 포피라는 캐릭터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주인공 포지션이 바뀌면서 안타깝게도 매력 또한 상실되고 말았다. 2선 커플인 레이첼, 다나 두 인물에 대한 설정은 현시대에 비추어 꽤나 대범(?)한데, 이 소수와 정치적 올바름의 화신들을 공감 장치 없이 오로지 비호감 대상으로만 묘사하는 것. CW의 특별 에피소드 분량을 이 인물들에게 투자했어야만 했다. 시청자들이 레이첼, 다나를 (기본적으로는 미워하지만 그래도 한 구석이나마) 사랑할 수 있었다면 미틱 퀘스트는 훨씬 더 좋은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오히려 3선 커플이자 악당 듀오인 브래드 & 조의 이야기에 공감할 구석이 많지만 이들은 아무래도 비중이 떨어지기에 큰 감흥을 이끌어내진 못한다. CW가 사라지면서 생긴 공백도 인물들을 엮는데 큰 어려움이고, 데이빗 혼자서 총알받이 신세로 고군분투하지만 주요 감정선과는 유리되어 배우의 원맨쇼로 보일 뿐이다. 푸티, 수 고르곤 같은 뭔가 흥미로운 역할이 부여될 것 같았던 캐릭터들의 행방불명도 아쉬움. 다만 인사과의 목소리 큰 언니 캐롤은 데이빗과 더불어 이 드라마에 남아있는 유이한 희망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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