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폴 오스터 애도 기간 책읽기는 그의 소설 데뷔작인 <스퀴즈 플레이>로 마무리한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내년 5월에는 좋아하는 작품들로만 폴 오스터 다시 읽기를 해보려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스퀴즈 플레이>는 불분명했던 장르소설 <폐허의 도시>와도 다르다.
작가가 자신의 강한 자아를 소설에 투영시키기 전에 쓰여졌으며
다른 해석의 여지가 적은 클래식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다.
여기에 야구의 감성도 조금 섞었다.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거 다 담았다.
주인공은 나른하고, 탐정 소설에서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야할 하드함도 부족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낭만적인 편이다.
다른 것보다 이 소설이 나한테 특별한 건 나의 두 친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폴 오스터를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이다.
W는 어린 시절 함께 야구에 미쳤던 친구다. W가 <스퀴즈 플레이>를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빵굽는 타자기> 뒤에 붙어있는 야구 게임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여러가지 안타까운 사정으로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이 책 읽기를 끝냈을때 우연히도 나, W와 함께 삼총사로 몰려다니던 친구 S가
W의 10년 전 청첩장을 발견했다며 잠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청첩장에는 이런 쪽지가 붙어있었다.
- 내 인생의 터크 웬델 & 데니스 쿡이 되어줘서 고맙다.
웬델과 쿡은 99년 메츠의 WS 진출을 이끌었던 불펜의 터프 가이들이다.
내 인생에서 누가 나에게 해줬던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고마웠던 말이다.
다른 한 친구는 H로,
우리는 <달의 궁전> 때부터 폴 오스터를 함께 읽었다.
그의 청첩장도 이 책을 다 읽은 날에 받았다.
신기한 날이다. 좋은 우연들이 하루에 모두 일어났다.
그냥 이렇게 5월을 마무리하기 아쉬우니
잠들기 전에 <어둠 속의 남자>에 담겨있는
폴 오스터가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를 묘사한 부분을 다시 읽어야겠다.
<May Ninth>는 현재까지 나의 2024년 최고의 트랙이다.
석양을 담은 LP도 상당히 아름다운 아이템.
다른 이유는 아니고, <스퀴즈 플레이> 작중에 언급되는 음악.
모차르트가 하이든에게 헌정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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