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앤드루 포터가 남긴 강렬함 때문에 나는 다시 한번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고단한 중년 남성의 삶을 그려내는 단편작가들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카버. 다른 시대를 살았던/살아가는 서로 다른 두 명의 탁월한 소설가들의 정서를 비교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카버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은 많지만, 사실 그 냉담하고 자기 파괴적인, 뼈에 각인된 우울함까지 닮은 작가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은 90년대 후반 ~ 00년대 초반 집사재라는 출판사에서 나왔던 단편선집들에 수록되었던 88년 작품들에다가 최초로 번역되는 83년 단편 네 작품을 엮었다. 체호프의 마지막을 그린 <심부름>을 제외하면 멋부림은 전혀 없고 거의 골격 구성을 위한 필수적 단어들만 선택했다. 바로 카버의 문장이다. 그럼에도 어쩜 이렇게나 사람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문장들을 생산해 냈는지... 놀랍기만 하다. 생의 노력으로 뛰어난 작가가 탄생할수 있다고도 믿지만, 역시 천재란 하늘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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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지저스! 를 굳이 예수여! 라고 번역해야만 했을까? 출판쪽 분들 얘기 들어보면 번역서를 읽는 독자들은 알기가 힘든 이상한 고집을 부리는 번역가들이 많다고 하는데. 레이먼드 카버는 번역 관련해서 국내 한정 늘 고통을 받아온 작가 아니었던가. 빛나는 작품의 완성도와는 상관이 없지만, 읽는 내내 거슬렸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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