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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게임 '25

MLB 더 쇼 24 마치 투 옥토버 (PS5)

by 빵굽는 타자기 2025. 1. 18.

야구 게임은 내게 완전 별개의 게임 장르다. 비디오 게임 자체를 가까이 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야구 게임은 늘 곁에 두려 했었다. 첫 야구 게임이었던 <MSX 베이스볼>과 컴퓨터 학원에서 즐겼던 <하드볼>을 시작으로, 내가 손꼽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하드볼 2, 3, 4, 6 (PC)
격돌 페넌트 레이스 (MSX)
파워 리그 3 (PCE)
슈퍼 리그 '91 (MD)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9 (PS2)
하이 히트 베이스볼 2001, 2002 (PC)
MVP 베이스볼 2005 (PC)
그리고 퇴근 후에 오락실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즐기던 작은 여유였던 스타디움 히어로 '96까지..

'진짜 야구'를 보여줄 게임을 기다리던 내게 거의 결정판과 같았던 더 쇼 시리즈를 처음 만난 건 PS3 08. 이후 13까지는 빠짐없이 즐겼었고, PS4 용으로 20, PS5 용 21, 23, 24를 각각 구입했다. 

08부터 10까지는 꼼꼼하고도 즐겁게 즐겼었는데, 이후로는 제대로 한 시즌을 끝내본 적도 없고, 20 이후로는 연습 경기만 조금 하다 관두는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24도 1만원 정도 할인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마트 패키지판 14800원 찬스를 지나치지 못했다.

다시 야구 게임의 즐거움을 찾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마치 투 옥토버' 모드를 플레이했다. 19에 생긴 모드로 이벤트 위주의 간략화된 시즌을 체험할 수 있다. 팀 선택도 무조건 브레이브스만 고르던 고집을 버리고, 메이저리그 게임 역사상 최초로 캔자스 시티 로얄스를 선택했다. 21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윌 스미스나 기대가 컸던 드류 워터스 같은 친숙한 이름들이 보이더라..

보통 진행은 4, 5경기당 1경기를 플레이하게 된다. 일반적인 시합은 6회부터 시작이 가장 많고, 8회부터나 끝내기 가능 시점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볼 하나로 시합이 끝나기도 한다. 마이너에서 선수를 콜업하거나 트레이드가 이뤄지면 해당 선수만 조작해서 시합 전체를 플레이한다.  때로 노히터를 노리는 선발 투수나 팀의 스타 플레이어가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시합 결과에 따라 해당 선수는 능력치 부스트를 얻는데 효과는 영구적으로 보인다(?)

시합 결과에 따라서 팀은 모멘텀을 얻거나, 잃거나 한다. 모멘텀을 얻으면 시뮬레이트되는 시합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합은 보통 중후반부터 시작되니까 시합에 들어서면 불펜투수들은 이미 워밍업 중이다. 투수 교체는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지만, 불펜을 비워놓을 경우에는 AI가 다시 투수 워밍업을 시도한다.

시즌 중에는 트레이드와 드래프트가 가능하다. 트레이드는 팀의 니즈, 특정한 목표 선수, 팀의 약점 등을 대체적으로 지정해 놓으면 AI가 트레이드안을 1회당 세건 추천하는 형태다. 세 가지 제안 중 하나만 선택 가능하고, 특정 목표 선수가 추천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총 3회의 트레이드 기회가 있었는데, 2루수 브랜든 드루리, 1루수 피트 알론조를 영입했고, 세번째에는 클레이튼 커쇼를 영입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부했다. 그토록 원했던 불펜 보강 제안은 마땅한 게 없었다.

드래프트는 스카우터 세 사람을 고용하고, 각각 유망주 발굴, 특정 유망주 스카우팅, 유망주군 스카우팅의 임무를 부여한다. 유망주 발굴은 시즌의 특정 시점까지만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는 스카우터들 모두 스카우팅에 집중시킨다. 유망주들은 팀의 니즈에 맞는 포지션, 스카우팅 대상자가 되어야 사인 가능성을 올릴 수 있다. 드래프트 이후에는 보너스풀에 맞춰서 계약까지 진행한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전 경기를 플레이한다. 대부분 6회부터지만, 가끔 8회부터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월드 시리즈의 경우는 모두 6회부터 플레이.  

라인업과 로테이션 변경은 가능한데, 변경 사항은 당장 투입되는 시합부터가 아니라 다음 시합부터 적용된다. 야수들 체력은 확인할 길이 없다. 선발 라인업은 AI가 결정. 백업 선수는 순번 변경없이 주전 선수 자리에 그냥 들어가기 때문에 4번 타자에 유틸 야수가 배치되어 있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로스터 운용은 아주 한정적이다. 콜업은 마이너 성적이 좋은 선수를 AI가 추천하는 식으로 회당 1명만 가능하다. 시즌 전체로는 4회 정도 가능한 듯. 

트레이드로 2루수를 영입하면서 메이저 명단에서 불펜 1명을 보냈는데, 이 때문에 시즌 대부분을 불펜 투수 7명만으로 치뤄야했다. 투수 콜업이 절실했지만 AI는 좀처럼 콜업 제안을 해오지 않았다. 9월 확장 로스터 구성도, 포스트시즌 명단도 AI가 결정한다. 월드 시리즈도 물론이다. 능력치가 좋은 선발 투수를 6명 이상 보유하면, 운이 좋을 경우에 여섯번째 선발은 롱릴리프로 로스터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불펜 투수들로 대체된다. 포스트시즌은 4인 로테이션을 운용하기에 신경쓰지 않으면 5선발이 놀고있는 경우가 생긴다. 

부상은 없다고 보면 된다. 딱 한 번 시합중에 타구에 맞고 투수가 교체된 상황이 있었는데, 부상자 명단은 물론이고 로스터 컨트롤 자체에 접근이 제한되어있으니 후에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모른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모드지만, 차기작에는 꼭 부상 관련 요소들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나는 전체적으로 비교적 재미있게 즐겼지만 부상이 흥미도를 가장 크게 떨어뜨린 요소였다. 콜업으로 뒤늦게 합류한 브래디 싱어를 제외한 콜 레이건스 - 카일 라이트 - 세스 루고 - 마이클 와카의 선발진은 모두 32-33회 선발 등판했다...

로스터는 오직 발매당시 디폴트 로스터로만 플레이 가능. 때문에 부상 등을 이유로 메이저 로스터에 없는 선수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콜업 제안을 기다려야만 한다. 

난이도는 올스타로 시작해서, 중간에 눈이 좀 피로한 감이 있어서 베테랑으로 내렸다. 난이도는 낮추는 것만 가능하다. 최종 결과는 WS 우승. 트레이드로 데려온 피트 알론조가 3게임 연속 홈런으로 ALCS에서 텍사스를 격파하는데 대활약을 펼쳤고, 세인트루이스와의 WS 7차전에서 브랜든 드루리가 끝내기 홈런으로 팀에 우승을 안겨줬으니... 나, 꽤 멋지게 단장 역할을 해낸 것 같다. 시합들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 같긴 했지만.

시즌이 끝나면, 마치 투 옥토버 진행 상황을 프랜차이즈로 이어나갈수도 있다. 나는 이 모드 내에서 오프시즌까지 진행하는게 목표였기 때문에 계속 진행을 선택.

시즌을 마치고 우승 주역들 가운데 윌 스미스, 피트 알론조, 브랜든 드루리가 FA가 되었다. FA 계약은 12주 동안 이루어지며, 100M 정도의 오프시즌 예산내에서 FA 계약이 가능하다. 주당 세 명의 계약 대상자에게 협상을 제안할 수 있으며 드래프트와 마찬가지로 팀의 니즈에 맞는 선수라면 흥미도가 약간 올라간다. 협상 슬롯에 두는 시간만큼 역시 흥미도가 오른다. 본격적인 계약이 시작되면 50% 이상의 흥미도를 지니는 협상 대상자에게는 계약 제안이 가능하다. 타팀과 계약할 결심을 한 대상자에게는 최후의 오퍼를 날릴 수 있다. 관심 없는 FA 에이전트로부터 계약 의뢰를 받기도 한다. 오프시즌에 딱 한번 100% 확률로 계약이 가능한 오버 페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오프 시즌 기간에는 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나는 윌 스미스를 대체할 마무리투수 클레이 홈즈, 좌완 불펜 AJ 민터, 좌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2루수 글레이버 토레스와 계약했다. 처음에는 후안 소토와의 계약에 올인했었는데, 흥미도 65% 수준에서 발생했던 최후 오퍼 승부에서 피츠버그를 넘어서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마치 투 옥토버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게이머에게 시즌 플레이 맛보기를 선사하는 가벼운 모드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니 게임이 막 발매된 시점에서 첫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전까지 가볍게 즐기고 이후에 프랜차이즈로 이어서 진행하는 게 적당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