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게임 '24

F1 24 (PS5)

빵굽는 타자기 2024. 12. 21. 02:13

내가 좋아했던 레이싱 게임들은 다음과 같다 :

슈퍼 모나코 그랑프리 (MD) - 인디애나폴리스 500 (DOS) - F1 스피리트 (MSX)
릿지 레이서 타입4 - NFS 하이 스테이크 - NFS 포르쉐 언리쉬드
NFS 언더그라운드 - NFS 쉬프트 - 그란투리스모 4-5-6-7
그리드 - 포르자 호라이즌 3-4-5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슈퍼 모나코 그랑프리 두번째 시즌에서 주최측 농간(?)으로 몰락한 이후 다시 기어올라가 챔피언이 되었던 기억. 가장 오랜 시간 즐긴 게임은 그란투리스모 5와 포르자 호라이즌 4. 최고의 한 작품을 뽑자면 NFS 포르쉐 언리쉬드이다.

스팀 라이브러리에는 예전에 무료 공개되었던 <F1 15>와 <F1 18>이 있더라. <그란투리스모 6>를 끝으로 공간만 차지하던 휠 세트를 처분해 버려서 레이싱 게임은 패드로 신나게 할 수 있는 작품들만 고른다. <F1 15>를 30분 정도 플레이 한 후 패드로는 불가능! 이라고 판단했었다. 전설로 기억될 F1 24 시즌을 보고 나니 아무래도 F1 게임이 하고파서 <F1 23> 체험판으로 다시 도전했다. 다양한 어시스트 옵션이 생겨서,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도 패드로 가볍게 즐기는 것까지는 가능하겠더라고.

그래서 마련한 최신작 <F1 24>. 이제 막 제대로 달렸던 1시즌을 마치고 게임을 접어두며 언젠가 다시 달리고픈 마음이 들때 볼 수 있게 팀 커리어 관련 기록을 남겨둔다.

*

주인공은 오너 겸 감독 겸 드라이버다... 음...

신생팀, 중위권, 상위권 팀 가운데 택해서 시작할 수 있고 수준이 높을수록 기본 재정, 명성, 시설 업그레이드 단계가 좋아진다. 기본적으로 명성이 높아야 돈이 굴러들어오는 구조다. 명성을 높이면 스폰서 계약을 늘릴 수 있고 이미 계약한 스폰서들도 명성에 따라 지원금을 늘려준다. 팀과 드라이버 명성 모두 20정도를 기준으로 인기팀, 스타드라이버로 인정받는다. 20 레벨이 넘어가면 요구 경험치도 확 늘어서 레벨 올리기가 까다롭다.

커리어를 시작하면 인터뷰를 통해서 시작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공기역학, 섀시, 엔진, 내구도 시설 중 하나가 더 발전된 상태로 오픈된다. 엔진 성능과 내구도는 엔진 제작사 선택에 따라서 달라진다. 퍼포먼스가 좋은 엔진을 달았으니 속도로 F1을 제패하겠다! ...는 불가능하다. 시즌을 진행해 보면 알겠지만 하위권 팀들도 엔진이 나쁜 건 아니다. 그리고 메인 스폰서. 가혹한 초기 신생팀에게는 유일한 젖줄이다. 언뜻 만만해 보이겠지만 실상은 어림없는 골 보너스를 노리기 보다는 주당 지원금이 높은 회사를 고르자.

시즌 진행은 크게 레이스 준비 단계와 레이스 주말로 나뉜다.

먼저 HQ에서의 준비 단계.

이벤트, 팀 내외 활동 지정, 시설 업그레이드, 차량 업그레이드, 스폰서 계약, 세컨 드라이버 계약, 부품 교체, 커스터마이즈 등이 가능하다. 현금 보유고를 보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기술점수를 보고 차량 업그레이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공기역학, 섀시, 엔진, 내구도 시설은 각각 매주 운영 경비를 필요로하고 소량의 기술점수를 획득한다. 여기에 매주 스폰서의 지원금이 더해진다. 하지만 준비 단계에서 얻는 현금과 기술점수는 미미한 수준.

기술점수는 매번 박박긁어써도 상관없지만 현금은 (소액이지만) 운영 경비로도 필요하고 돈을 필요로 하는 이벤트도 있고 여름과 겨울에 각각 세컨 드라이버 계약 시에는 계약금 전액을 일시불로 지불해야 하니까 상황에 따른 여유분은 남겨둬야 한다. 정말 돈이 없다면 4개 기술 시설을 일시 폐쇄(...)해서 운영비를 아낄 수도 있다. (만약 시설 업그레이드를 했다면 훈련 시설과 마케팅 시설도 운영비가 든다)

세팅을 전문가 설정으로 바꾸면 커리어 관련해서 이벤트 빈도, 현금 및 기술점수 획득량을 변경할 수 있다. 이벤트의 경우 '많음'으로 설정하면 거의 매번 준비 단계에서 최소 1번 발생한다.

이벤트, 팀 활동 등은 획득/소모 자원이나 세컨 드라이버 상태 등을 보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고른다. 가난한 팀에게는 꽤 큰 도움이 된다. 이벤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라이벌 선택. 라이벌을 택한 후 이어지는 다섯 번의 레이스에서 먼저 30점에 도달해야 승리하는데, 점수는 다양한 조건에 따라 획득한다. 같은 조건을 플레이어와 라이벌 모두 충족한다면 똑같이 점수를 부여받는다. 라이벌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대량의 드라이버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약한 라이벌을 고르면 얻는 명성치도 낮다. 서브 스폰서는 계약이 만료되거나, 명성이 특정 레벨 이상으로 오르면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메인 스폰서는 무조건 시즌 계약이다.

세컨 드라이버는 여름과 겨울에 각각 계약 갱신이나 교체가 가능하다. 교체는 FA로만 가능. 타 팀 드라이버에게 은밀한 계약제의 같은 건 없는 모양.. 비싼 드라이버를 영입하고 싶으면 미리미리 현금을 모아둬야만 한다. 그런데 사실, 뛰어난 드라이버보다는 머신 성능이 더 중요한 듯 보인다. 여름에 아일튼 세나를 데려와서 반 시즌을 보냈는데 포인트는 겨우 2점 획득하더라. 그것도 머신 성능이 겨우겨우 최하위를 벗어나자 얻어내더라고...

그리고 드라이버 PERK이란 것도 있다. 주인공에게 현금으로 달아줄 수 있는데 (세컨 드라이버에게는 달 수 없는데, 기본적으로 부착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기술 점수, 명성 획득량에는 부스트를 엔진 마모도는 줄일 수 있는 세 가지 PERK이 있다.

그리고 레이스 주말.

연습주행은 기술점수를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때문에 커리어에서는 플레이가 강제된다. F2 커리어만 1회로 제한하거나 완전 스킵이 가능) 레이스 전략, 타이어 관리, 질주, 코너공략, 연료관리, ERS 관리 중에서 한 레이스 당 세 가지 과제가 주어지고, 과제당 다섯개의 세부 과제가 있다. 두 개의 포인트 과제는 성공시 기술점수를 획득한다. 대개의 경우 기준 랩타임 안에 깔끔하게 랩을 도는 것이다. 난이도에 따라서 성공 기준이 변화하는데, 하위팀 초기에는 쉬움 수준이 아니라면 이조차도 상당히 어렵다. 세 개의 기술 과제는 성공시 업그레이드 할인이 적용된다. 할인률이 코딱지 만하게 느껴지지만 계속 중첩되면 꽤 도움이 된다. 세일 행사 같은 것도 아니라서 나중에 할인이 사라지거나 하지도 않는다. 기술 과제는 랩 단위가 아니라 보통 순간적인 대응력 관련이다.

운 좋게 대부분의 과제를 클리어했거나, 연습하기가 정말 싫다면(...) 직접 달리지 않고 미결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퀵 세션 형태로도 진행할 수 있다. 비가 내리면 과제 클리어가 더 어려워지니까 퀵 세션이 현명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프린트 레이스가 있는 경우에는 연습 주행이 한 번 뿐이라는 사실. 비싼 세컨 드라이버가 제대로 활약하는 것도 이 연습 주행을 통한 기술점수 획득이다. 나는 망했는데, 그래도 수백점 벌어다주는 세나가 이때는 또 고맙더라고...

연습주행이 끝나면 HQ로 복귀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획득한 포인트를 사용해서 바로바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예선은 1랩만 도전하거나, 일정 시간 안에 여러번 도전하거나 3스테이지 구성으로 실제처럼 진행하거나 시간 여유와 취향에 따라서...

레이스에서는 서브 스폰서들이 내건 골 보너스 요건을 충족할 경우 거금(!)이 들어온다. 뭐, 쉽게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수준에 맞는 스폰서를 고른다. 차량을 부쉈을 경우, 돈을 뱉어내야 할 경우도 있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뜯어가지는 않더라고.

레이스 길이를 다섯 바퀴만 도는 '아주 짧음'으로 설정했다면 타이어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스프린트 레이스도 세 바퀴만 돈다. 대부분 레이싱 게임들이 레이스 길이를 줄이면 타이어 소모량이 줄어든 길이에 맞춰 늘어나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세 바퀴 레이스를 돌면 딱 세 바퀴 만큼만 타이어 소모가 일어난다. 레이스 길이를 25% 이상으로 선택할 경우에만 타이어 교체가 필수로 하나의 차량은 한 레이스에서 반드시 다른 종류의 컴파운드 타이어를 사용해야만 한다. (드라이버 커리어의 F2 모드는 조금 다른데, ERS도 없고 레이스 길이가 짧다)

레이스가 끝나면 결과에 따라서 팀과 드라이버들이 명성치를 획득한다. (때로 감소하기도 한다ㅠㅠ)

나도 깨끗한 공기를 느끼며 나아가고 싶어... 생각하며 HQ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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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이면 4곳의 기술 시설을 주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개발 시간과 실패 확률을 줄인다. 최소한 1단계씩은 시간, 실패 확률 업그레이드를 해 두는 게 필수다. 한 번 업그레이드에 실패한 차량 파트는 재개발시 실패하지는 않지만 피 같은 기술점수가 허무하게 사라진다. 급속 개발이라는 옵션도 있다. 부자 팀, 발전된 팀일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노동력을 갈아넣어 개발 시간을 줄이는 (실패 확률은 높아지는) 것인데 가난한 첫 시즌에는 한 번도 실행한 적 없었다. (못했다) 여유가 있고, 업그레이드가 라이벌 팀에 뒤쳐진다고 생각될 때 도전할만 할 것이다.

세컨 드라이버 훈련 시설은 조금 미뤄둔다. 어차피 싼 편이고, 처음에 고르는 능력치 60대의 무명 드라이버는 100% 교체될 테니까. 마케팅 업그레이드는 선택의 문제다. 서브 스폰서를 빨리 얻는 건 너무 중요한데, 그렇다고 차량 업그레이드가 경쟁팀에 뒤쳐질 경우 따라잡는 게 상당히 어렵다. 기술점수가 모이면 차량을 업그레이드하고, 레이스에 나서고.. 그렇게 시즌이 흘러간다.

여름 방학이나, 휴식기가 긴 시기에 있을 이벤트를 기대해 봤는데 별 것 없다... 빨간날은 그냥 다 쉰다...... 다만 새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성적에 따라 보상금도 받고 오른 명성만큼 높아진 사이닝 보너스로 새 메인 스폰서와 계약하기 때문에 첫 시즌과는 다르게 꽤 거금을 갖고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하위팀으로 시작했다면 다음 시즌 준비단계에 이르러서야 메이저 업그레이드들에 손을 댈 수 있을 것이고 이제야 팀이 경쟁력을 갖춰가는구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시즌 난이도 디자인은 참 잘 돼 있다.

이게 랜덤인지는 모르겠는데, 첫 시즌이 끝나갈 무렵 다음 시즌에 공기역학 관련 규정이 바뀐다는 발표가 났다. 규정이 변화하면 애써 업그레이드한 파츠들을 새 규정에 맞춰 변경해야 하는데 이 변경 작업이 업그레이드 가격의 절반 정도되는 기술점수를 요구한다.
공기역학 관련 업그레이드를 많이 했다면 피해가 막심해진다. (내가 그랬다...) 그렇다고 변경을 하지 않으면 시즌 종료와 함께 그냥 놔둔 업그레이드는 날아간다... (나는 다 구하지 못했다ㅠㅠ)

차량 부품은 데미지가 40%가 넘어가면 여유분을 보고 교체를 고려하는 정도로 운영했다. 하이브리드 저장 장치는 초기에 손상도가 심해서 두 개나 더 가져다 썼고 기어 박스도 두 번이나 고장 나서 한 개를 더 가져왔다. 이 모두 각각 10 그리드 패널티...

게임의 난이도는 110단계로 조절이 가능한데 하위권 팀으로 시작할 경우 킥 자우버나 윌리암스 팀의 랩타임과 비슷한 기록이 나오는 수치로 조절하면 된다. (수치상으로는 두 팀보다 못한 게 분명하지만, 이건 게임이니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 고물차를 몰고 기적과 같이 내달리는 천재 드라이버 컨셉이라면 알핀이나 RB 팀을 기준으로 변경. 너무 쉽게하면 안 그래도 변수가 많지 않은 게임 특성 상 쉽게 질릴 것이다. 난이도는 AI의 코너 공략 수준을 변경하는 것이고, 스타트 능력이나 최고 속도를 대폭 떨어뜨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세이프티 카, 기계적 결함 확률은 높이는 게 재밌다. 변수도 많고. 세나도 사고를 노려서 1점, 우중레이스를 노려서 1점을 따더라고.

커리어 시작시에 실제 24시즌 결과에 따라 AI 드라이버들의 능력을 변화시킬지를 질문하는데 이를 받아들이면 시즌 초에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을 듯했던 베르스타펜이 시즌 중후반으로 가면 페라리, 맥라렌 드라이버들 뒤에서 달리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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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시즌을 끝냈다. 예선은 한 바퀴, 레이스는 25% 길이로 진행했다. 난이도는 70으로 시작해서, 점점 내려서(...) 자꾸자꾸 내려서... 어디까지 내렸는지 기억이... 57정도였나? 시즌 최후미에는 똥차몰고 포디움을 노리는 천재 드라이버 연기를 했다... 재밌었다 =) 상위/중위/하위 팀 수준은 난이도 60정도 기준으로 극복여부가 판가름되는 것 같다. 난이도 60 이상에서는 아무리 라인을 잘 타도 상위팀 차량이 뒤에 있을 경우 거리를 벌리기 쉽지 않다.

나도 <브레이킹 포인트>라는 스토리모드가 빠진 건 아쉬웠고 (격년으로 수록. 남들이 다 쓰레기라고 했던 WWE 2K20의 스토리모드도 아주 즐겁게 즐긴 나였다) 커스터마이징을 현질 없이 거의 불가능하게 (현질해도 형편없는) 만든 건 화가 났지만 말이다.  <그란투리스모 7>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의 자유도를 줬다면 더 즐거웠을 것이다. 포인트로 구하는 아이템이 역사적인 리버리라거나 헬멧 같은 거라면 기꺼이 1만원 정도는 투자했겠지. 그런데 사실상 유료 아이템인 리버리, 의상들 디자인이 죄다 똥이다... (커스터마이징이 못마땅하다면 기존팀을 이용하는 드라이버 커리어 모드가 좋다 헬멧 하나만 구하면 된다. 기존 선수들을 쓰면 헬멧도 고를 필요가 없다)

이 게임에는 '포디움 패스'라는 게 있다. 일단 게임 내에서 달리기만 하면 포디움 패스 경험치를 받는데 한 달 단위? 로 나뉘는 시즌 동안 50 레벨을 채워서 게임내재화 및 치장아이템들을 획득한다. 근데, 레벨만 채운다고 주는게 아니라 약 1만원 정도하는 9000 피트코인을 써서 VIP 패스를 구입해야만 쓸만한 아이템들을 준다. (당연히 레벨도 채워야 한다... 뭐 이런...) 50레벨을 다 채우면 10000 피트코인 정도를 주니 (VIP 패스가 없으면 2000 피트코인 정도 주던가?) F1에 미쳐서 매일 F1 게임만 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는데 이게 또 그렇게 쉬지 않고 즐길 유형의 게임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같은 캐주얼 레이서에게) 50레벨은 25% 길이의 한 시즌을 꽉 채워서 끝내면 가능한 수준. 아마도..

그래도

좋은 게임이라고 평가한다.
좋다기 보다, 즐거운 게임이라고.

매년 이 시리즈를 구매하거나, 하드코어 심 레이싱 팬들의 의견은 또 다르겠지만 나처럼 스트레스를 거부하는 캐주얼 패드 레이서에게는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풍부한 어시스트들과 디테일한 난이도 조절의 힘이다. 무엇보다 연습, 예선, 레이스... 달리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다. 본인에게 맞는 난이도를 찾으면 그 누구라도 F1의 스타 레이서가 될 수 있다.

F1의 세계에 아주 흠뻑 빠졌다가, 방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