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책과 음악 '24
아무도 아닌 (황정은)
빵굽는 타자기
2024. 7. 24. 20:57
<상행>부터 <명실>까지는 음악을 들으며 <누가>부터 <복경>까지는 음악 없이 늦은 새벽 시간에 낮은 스탠드 불빛에만 의지해서 (예전처럼) 책을 읽었다.
<명실>이 특별하고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씨의 입문>에서 <대니 드비토>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단편으로 그려낼 수 있는 거의 최극단의 파괴력을 느낀 것 같다. 전반에 수록된 작품들은 작가가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지만 가슴이 아프게도 (비슷한 시기에 우리도 많이 아팠던 것처럼) 후반 작품들로 갈수록 작가는 다시 세상의 비정함에 마음의 문을 닫아가는 듯했다. 단편집으로써는 한 단계 더 높이 올라섰는데, 과연 이보다 더 뛰어난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기대가 반, 걱정이 반이다.
그리프가 마침내 앨범 형태로 작품집을 선보였다. 세번정도 반복해 들으면 지루해지는 유형의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한테는 좋아하는 야구팀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2021년 우승을 떠올리게 하는 가수라서 특별하다. 그해 가을 7회 공수교대 음악으로 그리프의 <One Night>가 자주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