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영화, 드라마, 애니 '25

WWE 레슬매니아 41

빵굽는 타자기 2025. 4. 21. 14:26

DAY 1 (SAT. 4.19. 19:00EST)
@얼리전트 스타디움, 라스 베이거스, 네바다

1. 제이 우소 d. 군터 (c) 
: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쉽 SA : 지미 우소
입장시 폭발적인 관객 호응, 강자를 넘어서는 언더독의 도전. 여러모로 오프닝에 어울리는 카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엉망이었다. 보유 기술이 슈퍼킥, 스플래쉬, 스피어 3종 뿐인 39세 선수의 어설픈 신기술 도입을 레슬매니아 무대에서 보면서 감탄하라는 의도였을까? 마지막에 군터가 스플래쉬 3방 얻어맞고 호흡 곤란 연출이라도 있었다면 탭이 이처럼 허무하진 않았을텐데. 시합 자체는 뭐 그러려니 해도 앞으로가 문제다. 최근 추세를 봐서는 최소 썸머슬램까지는 챔피언을 지켜낼텐데 대체 은퇴를 거론하는 뱃살 자꾸 튀어나오는 이 느릿한 챔피언에게 또 누구를 희생시킨단 말인가. 또, 한때 단체 최강의 악역 후보였으나 이제는 이렇게 무참하게 망가져버린 군터를 대체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2. 더 뉴 데이 d. 워 레이더스 (c)
: 월드 태그팀 챔피언쉽
태그팀 디비전의 몰락은 예정되어 있었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AOP 같은 팀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고, 스트리트 프로핏츠는 역할도 불분명하고. 아이바는 이따금 OMG를 선사하는 좋은 선수지만 에릭은 너무 오버스럽고, 그나마 뉴 데이가 야유라도 끌어내지만 빅 E도 등장하지 않고, TLC도 없는 이런 무대책 시합을 레슬매니아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3. 제이드 카길 d. 나오미
비주얼 때문에 카길을 푸쉬하려는 경영진의 마음만은 이해한다. 언젠가는 카길이 나의 부정적인 평가를 뒤집고 멋진 기량을 선보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데미지 컨트롤을 박살내고, 가부키 워리어스도 씹어먹고, 비앙카의 모멘텀도 다 무너뜨리면서까지 한 시즌을 날려버릴 가치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즌의 마무리가 나오미를 레슬매니아 무대에서 보는 것이었기에 더한 악몽이다. (나오미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더이상 높게 날지 못하는 하이 플라이어가 이 큰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들 대신에 차라리 짧은 스팟이라도 한 시즌동안 단체의 최고 워커 중 한 사람이었던 첼시 그린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에 복귀한 후에는 늘 기대 이상의 링 액션을 선보여준 나이아 잭스의 부상도 아쉬운 부분. 

4. 제이콥 파투 d. LA 나이트 (c)
: US 챔피언쉽 SA : 솔로 시코아
파투가 확실한 미래다. 시합은 평범했지만 오프닝 세 시합이 워낙 엉망이었기에 그래도 박력있고 템포가 아주 좋았던 이 시합부터는 조금 정신이 들었다..

5. 엘 그란데 아메리카노 d. 레이 페닉스
SA : 엘 이호 델 비킹고
레이 미스테리오의 부상으로 단체에 막 데뷔한 페닉스가 대타 출전. 데뷔때는 빅 푸쉬를 받지만 비참한 말로를 걸었던 루차도르들을 워낙 많이 봐왔기 때문에 레이 페닉스도 걱정스럽다. 기량이 아니라 부족한 개성이. 형 펜타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듯. 반면 엘 그란데 아메리카노 스토리는 아주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레슬매니아 직전 AAA 인수가 발표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흥미로운 루차 리브레 스토리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망가진 루차도르들에게도 소생의 기회가 있기를. 시합 자체는 코미디였지만 꽤 즐거웠다. 

관중수 발표 : 숀 마이클스

6. 티파니 스트래턴 (c) d. 샬럿 플레어
: 우먼스 챔피언쉽
두 선수의 기량 기대치를 생각한다면 이틀치 쇼를 통틀어 최악의 시합이었다. 나는 티파니에게 뇌진탕 부상이 있나 의심했을 정도다. 스토리 빌드업 과정에서 관중 호응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던 가운데, 갑자기 이혼, 남자친구 언급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레슬매니아 무대에서 살벌한 시합이 진행되리란 기대가 있었는데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 소개 : 브렛 하트 & 스티브 오스틴 (이모탈 모먼트)
트리플 H, 미쉘 맥쿨, 내추럴 디재스터스, 렉스 루거(불참)

7. 세스 롤린스 d. 로만 레인즈, CM 펑크 ★☆
SA : 폴 헤이먼
시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사이드킥이 없는 외로운 로만의 입장신도 의미심장했고, 펑크는 확실히 큰 무대에 강함을 보여줬다. 단체 최고의 워커지만 카리스마 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늘 조금씩 부족했던 세스에게 전환점을 만드는 전개도 괜찮았는데. 메인 이벤트의 마무리가 링 액션을 거의 소화하지 않는 폴 헤이먼의 손으로 끝나는 게 못마땅했다.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위성까지 테러를 감행했다. 둘째날 메인 이벤트까지 비슷한 형태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더 아쉽다. 

DAY 2 (SUN. 4.20. 19:00EST)
@얼리전트 스타디움, 라스 베이거스, 네바다

1. 이요 스카이 (c) d. 비앙카 벨레어, 리아 리플리
: 우먼스 월드 챔피언쉽
레슬매니아 41 최고의 시합.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시간이 짧았다는 것 정도(14:26). 이요는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무대에서도 신들린듯 세상을 다 가졌다. 두 조력자들도 훌륭했고. 절정의 선수들을 보는 건 늘 즐겁다. (그런데 비앙카가 벌써 서른 여섯이나 됐다니ㅠㅠ) 프로모션도 안 되고, 링 액션으로 모멘텀을 가져와도 금방 잃곤 하는 스카이가 장기적으로 챔피언을 방어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지만, 레슬매니아는 순간의 기억이지 않은가. WM39에서의 샬럿 대 리아 시합처럼 오래도록 이들의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일본 선수로는 최초의 WM 승리라는데, 나는 아스카가 베키를 리버스 아스카락으로 꺾었던 시합(정말 좋아하는 시합이다)을 그동안 WM 매치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2. 드류 맥킨타이어 d. 데미안 프리스트
: 신시티 스트리트 파이트
확실히 큰 무대에서 드류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매트를 때리는 박력과 꿈틀대는 근육이 남다른 묵직감을 선사하고, 시합도 늘 만족스럽다. 하지만 데미안은 확실히 카리스마 부족이다. 자신의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여력도 거의 남지 않은 것 같고.

3. 도미닉 미스테리오 d. 브론 브레이커 (c), 핀 벨러, 펜타
: 인터컨티넨탈 챔피언쉽 SA : 칼리토
개인적으로는 오랜시간 프로레슬링을 보면서 가장 사랑했던 선수(칼리토)와, 현역(칼리토도 물론 현역이지만) 중에서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선수(도미닉)를 모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합도 흥미로운 스팟이 많았고, 지루해질수 있는 브론의 독주에 전환점을 마련해 준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군터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한 시즌 동안 혼자서 야유란 야유는 전부 수집하는 듯했던 도미닉이, 실은 그처럼 팬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었다니! 승리의 순간은 정말로 좋았다. 프로레슬링이 밑바닥 인생들의 비틀린 감정 배설구라지만 블러드, 스웻 & 티어스의 가치만은 시대가 변해도 이 세계에서 반드시 인정을 받는다. 두번째 커튼콜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 

4. 랜디 오턴 d. 조 헨드리
랜디의 스무번째 WM 출전. 예정 상대였던 KO의 부상으로 (부디 건강히 돌아오기를) 시합 직전까지 파트너가 공개되지 않았던 카드. 시합 자체는 아주 짧은 스쿼시였지만, 승자도, 패자도, 팬들도 모두 즐거운 순간이었다. 

5. 로건 폴 d. AJ 스타일스
SA : 캐리언 크로스, 제프 레빈
레슬매니아에서는 한 시즌의 모든 서사가 마무리되는 것만큼이나 링 액션의 수준을 높여주는 매치 카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부커진이 이 시합에 기대한 게 바로 그런 빼어난 공방전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폭망. AJ는 더이상 경이롭지 않고, 폴은 조금씩 몸을 사리는 인상이다. 이 시합에서 그나마 건진 거라면, 캐리언 크로스 보고 처음으로 저 녀석 아주 쬐끔 웃기다 생각한 것.

6. 라이라 발키리아 & 베키 린치 d. 리브 모건 & 라켈 로드리게스 (c)
: 우먼스 태그팀 챔피언쉽
베일리가 백스테이지에서 기습을 당해서 라이라의 파트너가 공석이 되었고, 그 자리에 1년의 공백을 깨고 베키가 복귀. 최근 위클리 쇼에서 리브와 라켈 팀이 흥미로운 시합들을 많이 만들어냈었는데 중요한 무대에서의 시합은 많이 아쉬웠다. 다만 출산 직후에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와서 많은걸 잃었던 베키가, 이번에는 몸상태가 좋아보인다는 게 다행인 부분. 4 호스우먼들의 현재가 참 암울해지긴 했다. 나는 일리야 같은 파트너 생각 않는 하드 히터들도 불편해하지만, 라이라 같은 극단적인 소프트 히터(?)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날개 복장만큼은 제발 버렸으면 좋겠다. 

관중수 발표 :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
맥주 아저씨 과속, 과다음주, 기물파손, 관중위협, 쓰레기오물투척, 비속어사용, 가운데손가락들기, 뺑소니 등등.. 다행히 음주운전만큼은 거부.

7. 존 시나 d. 코디 로즈 (c)
: 언디스퓨티드 WWE 챔피언쉽SA : 트래비스
스캇
시나의 시합이 만족스러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기믹 매치가 대부분이었고. 이번에는 오히려 시합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시나는 매트에 달라붙지 못하는 통통거림이 문제였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법 무게감이 생겼더라고. 이 메인 이벤트의 실망감은  오로지 서사 전개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락이 모든 걸 만들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불참함으로써 모든 걸 망쳤다. 사운을 걸고 대관식을 치른 코디의 지난 1년도 이로인해 실패한 것이다. WM 전까지는 온갖 역경을 연출했지만 긴장감이 없었다. 절대 지지 않을 걸 알았기에. 그리고 WM에서 한 시즌을 패배로 마무리하는데 가장 중요한 상대역이 불참해 버렸다. 이날 코디에게 쏟아지던 야유는 압권. 그리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동네 양아치들 중에서도 서열이 바닥일 것 같은 트래비스 스캇이 무시무시한 건달 취급되는 것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결과적으로는 실망스런 쇼. 무대 연출까지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너무 밝아서 거의 메인 이벤트 때가 되어야 조명 효과가 보였고, 스테이지는 너무 거대해서 대부분의 폭죽이 가려졌다. 마지막으로 다음날 애프터매니아 쇼가 더 재밌었다는 사실을 덧붙여 둔다. 이요와 스테파니가 맞붙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진짜 레슬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