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책 '25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빵굽는 타자기
2025. 4. 3. 21:38
안팎의 여러 이슈로 인해 3월 한달동안은 거의 책을 손에 잡지 못하다가, 1권에서 만났던 수없이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완전히 지워지기 직전에 나폴리4부작의 세상으로 복귀했다.
나는 릴라의 결혼을 전환점으로 주인공들의 성장기가 마무리되고, 2권은 완전히 다른 배경으로 이들 인생의 다른 한 부분을 조명하리라 예상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2권은 1권이 끝난 바로 그 시점에서 바로 이어진다.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이스카야 섬으로 휴가를 떠나 벌어지는 사건. 섬으로 떠나기 직전부터 대막장 드라마의 향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손에 땀을 쥔 채 무지무시한 전개를 기대하며 그들의 휴가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1권의 독서 기록을 남기면서 엘레나 페란테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에 진심어린 찬사를 보낸바 있다. 2권을 읽으면서 그 재능에는 변함없이 감탄했지만, 계속 이렇게 등장인물의 내면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하고 이야기의 전개에만 치중하면서 4권 분량을 다 끌고나갈 생각인가? 솔직히 의심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2권의 마지막 부분, 이제는 완전히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된 릴라와 레누의 만남, 그리고 재가 되어 사라지는 푸른 요정. 이 작가가 독자의 마음을 가장 강렬한 장면으로 헤집어놓기 위해서 참 많은 분량 동안 숨을 참아왔다는 걸 알았다.
당신, 정말 대단하다. 내 박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