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게임 '25

EA PGA 투어 (PC게임패스)

빵굽는 타자기 2025. 3. 14. 16:08

90년대말 SBS 금요골프를 통해서 골프라는 스포츠를 시청했고, 08년부터 12년까지는 실제로 골프를 즐겼지만 운동은 모름지기 숨도 차오르고 땀도 좀 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골프 게임도 이 시기에 나왔던 <타이거 우즈 PGA 투어> 08년 버전과 10년, 14년 버전만 플레이했었다. 아직까지 소장하고 있는 건 14년 버전의 마스터즈 히스토릭 에디션. 플레이 자체는 꽤 즐거웠던 것 같다. 08년 버전에는 어린시절 좋아했던 애니카 소렌스탐이 마지막으로 등장했었고, 가장 오랜시간 플레이했던 10년 버전은 당시 PS3 기기와 함께 구입했던 타이틀 중 하나였다. 내게도 분명 골프의 계절이란 게 있었다.

게임패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골프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2K가 타이거 우즈를 EA에게서 빼앗은 이후 2020년부터 2년  정도 텀을 두고 <PGA 투어 2K> 시리즈를 발매하고 있다. (2010년대에는 <더 골프 클럽>이라는 타이틀로 나왔었음) EA는 우즈 계약을 2K에 내어주고 로리 맥길로이를 커버 모델로 15년 한 편을 발매한 이후 계속 침묵하다가 23년에 다시 PGA 시리즈를 부활시켰다. 타이틀은 그냥 <PGA 투어>다. 양 회사 게임 모두 PGA 라이센스는 차이가 없지만, 2K 쪽은 우즈와 셀럽들 출연, EA 쪽은 메이저 대회 라이센스를 메이저 피쳐 삼았다.

게임으로 즐기는 골프는 시스템 적으로 오래전부터 이미 완성형이었고, 결국에는 체감형 게임 장르로 발전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진 않았다. 그래서 리얼 골프 타이틀이 숫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크게 발전할 부분도, 획기적인 시스템적 혁명도 나올 게 없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 이후로 세계적인 스타가 없다는 점도 그렇고. 결국 페블비치나 세인트 앤드류스 같은 세계적인 코스의 더더욱 완벽한 재현이 이들의 유일한 궁극 지향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수록 코스들은 정말 눈돌아갈 정도로 환상적이다. 게임 모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클래시컬한 시합 방식들은 모두 수록하고 있지만 게임적인 예외성은 전혀 없다. 커리어 모드도 얌전하기만 하다.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골퍼의 커스터마이즈다. 과거 시리즈에는 포토 스캔 기능도 있었고, 커리어 모드를 진행하면서 적당한 노력으로 매력적인 커스터마이즈 아이템들을 다수 획득하면서 자신만의 골퍼를 치장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제 선택할 수 있는 모델링은 극히 제한적이되었고 죄다 못생겼기까지 하다.. 실제 골퍼들도 내가 요즘 골프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스타 플레이어들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레전드 골퍼도 없고. 최근 스포츠 게임들이 다 그러하듯 치장 아이템들을 전부 소액결제 시스템 하에 묶어놓으면서, 가볍게밖에 즐길 수 없는 지루한 게임에 더더욱 집중할 의미가 사라져버린다. 그 외에 판타지 코스도 등장하긴 하는데, 예전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라운딩 하는 듯한 즐거움을 주지는 않는다. 세계적인 코스를 즐기는 재미는 확실하고 시합 한정으로 시스템적으로도 완벽하지만 결국 그것뿐이다. 게임으로 즐거움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요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