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영화, 드라마, 애니 '25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

빵굽는 타자기 2025. 3. 12. 04:49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마냥 말할 수 없는 게, 그야말로 걸작이었던 1편은 정말 사랑하지만, 파트2는 오프닝만 멋진, 나오지 말았어야 할 수준 이하의 영화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대 보다는 불안이 훨씬 큰 상태로 <첫째 날>을 감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 나는 핏발 선 커다란 눈으로만 연기하는 배우를 싫어하는데, 외모 때문인지 루피타 뇽오에 대해서도 그런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에디 역할을 인상적으로 해냈던 조셉 퀸도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의 상실이 더 거대한 공동체의 상실 속에서 따뜻한 우정과 거룩한 희생으로 변해간다는 이야기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머릿속으로 스토리만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어라? 나쁘지 않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는 엉망이다. 재난과 공포와 낙오, 우연한 만남과 교감, 갈등과 선택의 기로, 이해와 희생 같은 것들이 어느것 하나 깊이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냥 전개에 필요하니 나열해 놓은 수준으로 흘러만 간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소리를 내면 안 되는 특별한 조건 아래서의 스릴과 공포인데, 그것은 1편에서 이미 수명을 다했다. 이제 그만 놓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