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게임 '25

메탈 슬러그 택틱스 (PC게임패스)

빵굽는 타자기 2025. 3. 9. 07:15

라쿤 시티의 비린내 찐득한 기억을 빨리 벗어보려고 경쾌할 것 같은 게임을 골라봤다. 그랬다. 처음엔 경쾌해 보였다. 장르는 달라도 <메탈 슬러그>잖아? 늙은이스런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경파한' 런&건.

첫 인상.. 타이틀 화면이 정말 깜짝 놀랄 수준으로 저질이다. 처음 본 순간 바로 뛰쳐나가고 싶은 수준. 다행히 인 게임 아트웍들은 기대대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메탈 슬러그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가 이 변형 장르작에도 여전히 담겨 있다. 

경쾌할 줄 알았던 이 게임은 상상만큼 상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SRPG면서 중간 세이브가 없고, 전멸시 패배한 스테이지를 재도전하는 게 아니라 아예 챕터를 처음부터 도전해야 한다. 턴 리셋 기회도 제한적으로만 가능. 아군은 늘 3인 구성. 양 웬리의 가르침과는 달리 늘 숫적 열세에서 작전에 돌입한다. 보상은 다람쥐 눈곱만큼만 주어지고, 턴제 전술 장르임에도 스테이지 해법이 상당히 제한된다. 적들은 예측을 벗어나는 동선을 많이 선택하는데, 그럼에도 변수는 적어 퍼즐 게임 혹은 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감각으로 제한된 해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보상이 적으니 실수를 만회할만한 일발 역전의 화력을 갖추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한마디로 꽤 어렵다. 다행히 보스전이 아주 즐겁고, 런&건의 턴제 전략화로 매턴 최대한 장거리를 달려서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시스템은 맘에 든다. 게다가 챕터가 4개 뿐이라서 반복적인 스테이지 전투에 질려버리기 전에 엔딩까지 빠르게 이를 수 있다. 이후로는 고난이도 도전과 수집 요소들 뿐. 어렵지만 그럼에도 가볍게 즐기기 썩 좋은 작품이다... 말이 되나? 어쨌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