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성전설 (Castlevania III : Dracula's Curse)
2024년은 독서의 기쁨을 되찾는 해였으니까, 2025년은 게임의 즐거움을 되찾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야구 게임이 마냥 행복했던 그 시절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고, 연말쯤에는 꼭 <컬리지 풋볼>도 구입해서 즐기고 싶다. <데스 스트랜딩 2>나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등 신작들도 기다려지고, 할 거라면서 마냥 미뤄두기만 했던 <레드 데드 리뎀션 2>, <더 위쳐 3>,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등 여러 작품들의 엔딩도 보고 싶다.
*
그밖에 예전에 좋아했었던 고전들을 다시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캐슬바니아 : 녹턴>을 감상하면서 정말 좋아하는 <월하의 야상곡>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 생각과는 달리 막상 골라 든 작품은 이것이다. 그야말로 전설이 된 패미컴 판 <악마성전설>. 에픽에서 무료 배포한 <F1 매니저 2024>를 플레이하려다, 또한 무료로 등록해 놓은 <캐슬바니아 애니버서리 컬렉션>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처음 접했던 악마성 시리즈는 MSX2용 <악마성 드라큘라>였다. 오락실에서 보던 <마계촌> 짝퉁인가? 싶었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채찍남자. 그리고 배경과 음악으로 느껴지는 기묘한 무게감. 거기까지였다. 고사리손으로 그 어려운 악마성을 얼마나 나아갈 수 있었겠는가. 첫 보스에게까지도 이르지 못했던 것 같은데. 꼬맹이 시절의 나는 겁도 많고, 가까스로 생존하는 형식의 게임도 좋아하지 않아서 <삼국지> 시리즈나 <샤이닝 포스> 같은 시간 제한 없이 전술적으로 진행하는 게임들은 곧잘 엔딩까지 달렸지만, 액션 게임은 다소 기피하는 성향이 있었다. 마냥 좋아했던 <소닉>은 제외.
그런 내게도 자랑거리가 몇 가지 남아있는데, 고난도 게임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라디우스 2>, <썬더 포스 3>, <언데드 라인>은 무려 엔딩을 봤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에 그 승리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그라디우스 2>를 꺼내들었다가 ... 아, 나이 들어서 게임도 힘들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깨닫고 말았지만.
<악마성전설>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지만 내게는 두 번째의 악마성 시리즈였고, 본격적으로 즐긴 것은 발매 후 꽤 시간이 흘렀던 중학교 시절이었다. 어쨌든 공식적으로(?) 나는 패미컴을 소유한 적이 없고 <격신 프리더>, <열혈축구>, <다운타운 열혈물어>, <더블 드래곤 2>, <록맨 3>와 같은 주옥같은 게임들을 늘 친구 TW 군 집에서 즐겼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많이 좌절시켰고, 가장 큰 환호를 안겨주었던 작품이 바로 이 <악마성전설>이다. 내 손은 더 이상 고사리 그것이 아니었고, 겁대가리도 상실했으며, 게임을 단숨에 파악하고 마는 예리한 시각까지 갖추고 있었다. 또한 끝없는 좌절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와 다채롭고 민첩한 컨트롤링 테크닉까지 최강이던 시절이었다. ...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패미컴 게임 같지 않은 뭔가 '대작스럽다' 싶은 빵빵한 볼륨감이 참 좋았다. 음악도 멋졌고. 도끼 투척하는 기분하고, 사이파의 마법들도 좋아했었다. 물론 엔딩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시간이 많았던 건 아니다. 할 게 없는 듯 지루한 10대 시절이었지만, 또 왠지 모르게 항상 바빴으니까. 그래도 상당히 깊은 곳까지 나아갔던 기억은 남아있고, 이제와 다시 플레이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옛 고향집 근처를 서성이는 기분이 드는 건 오래전 그날들 속 우리가 이 게임을 참 열심히도 즐겼던 탓이리라.
나는 좋아하는 A 씨하고 꼭 만나고 싶었는데, 길을 잘못 든 탓인지 그랜트 아저씨와 사이파 베르난데스 여사님만 만나고 말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이번에는 엔딩에 이르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거든. 왜일까? <악마성전설> 이후 <피의 론도>와 <월하의 야상곡>을 그토록 좋아했고, 몇년전에는 <블러드스테인드>까지 플레이하면서 내 안의 악마성 친화력이 몰래 레벨업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