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2024. 12. 31. 00:29

<퍼펙트 데이즈>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가 <검은 수녀들>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를 기억해냈다. 아! 이 영화를 아직 못봤구나.

- <검은 수녀들>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감독의 작품이라고 한다 -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감상했다. 이야기가 다소 덜컹거리는 부분(많진 않았다)은 배우들의 연기로 커버되어 아주 매끈하다. 오컬트물로 포장된 히어로물에 가까운 영화였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도 비슷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사바하>도 그렇고, 만족감은 떨어졌지만 배우들 연기가 좋았던 <파묘>도 마찬가지로, 오컬트 장르의 공식이다시피한 찝찝함을 버리고 악마를 때려잡는 영웅 서사로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제작사의 압력에 결국 굴복해서 후속작을 찍을수는 없었지만, 장대한 유니버스 제작의 꿈이 숨어있는 것까지.

주인공들은 겨우 하룻밤을 함께했을 뿐이고, 세상에는 아직도 11 대악마가 남아있으니 이건 마블 유니버스에 맞설 12부작 K-오컬트 유니버스의 첫 편일 뿐이라고.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으니 김윤석 아저씨는 이미 은퇴해서 복귀를 꺼리는 상태고, 강동원은 스타 구마사제가 되어 어린 보조를 괴롭히는 후속작이 언젠가는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