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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영화, 드라마, 애니 '25

조명가게

by 빵굽는 타자기 2025. 1. 19.

1화에서 어떤 의문점도 해소해 주지 않는 상당히 K-드라마스럽지 않은 구성으로 놀라움을 주더니, 2, 3화까지도 그렇게 칙칙하고, 무겁고 답답하게만 전개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우수어린 색채의 호러 장치들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싸우고 있는 캐릭터들의 비장한 분위기, 그 캐릭터에 매력을 더하는 배우들의 호연, 신선한 연출력 등에 계속해서 다음회를 재생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4화의 마지막 병상들을 비추는 장면과, 5화에서 그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이 겪는 사고의 묘사가 내게는 참으로 강렬했다. 이후로는 뭐, 특별할 게 없는 신파극이긴 하지만... 나는... 평소에 신파를 거부한다는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신파극이라는 건, 울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고, 사람을 울린다면 썩 괜찮은 거 아닐까. 

장르극은 룰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다. 생각보다 룰이 명확하기가 힘들다. <조명가게>는 이 룰의 설정에서 다소 난잡함을 보인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이 좋은 작품이 더 좋아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주인공들의 선택이 (느낌상으로) 다 똑같아서 반복적으로 느껴진다는 것도 약점. 그래서일까? 나는 유독 다른 선택을 했던 한 커플의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다.

*

삶에 죽음이 없었던 시절이 었었지. 가장 먼저 보내드렸던 게 우리 할아버지였던가? 이제는 지인의 결혼식보다 상갓집 방문이 더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고, 그러다보니 우리네 삶의 저편에 떠나간 이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아프지 않은' 세상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이 작품에서는 밤이 계속되는 세상으로 그리고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